최운정 “7년 걸린 LPGA 우승, 다시 느껴봐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6일 05시 45분


9년 전 LPGA 투어 입성에 성공한 최운정은 잠시 국내에 머물며 바쁜 일정을 보낸 뒤 12일 미국으로 떠났다. LPGA 투어에 해마다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최운정은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사진제공 | 볼빅
9년 전 LPGA 투어 입성에 성공한 최운정은 잠시 국내에 머물며 바쁜 일정을 보낸 뒤 12일 미국으로 떠났다. LPGA 투어에 해마다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최운정은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사진제공 | 볼빅
2015년 7월 우승 이후 다시 잰걸음
“여유로운 마음으로 꿈을 향해 뛴다”


“마냥 좋고 신이 났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경기한다고 생각하니 그저 좋기만 했다.”

9년 전, 최운정(27)은 어렵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밟았다. 퀄리파잉 토너먼트(QT) 연장전 끝에 가까스로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며 LPGA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행운이었다. 최운정은 2008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QT에서 공동 21위로 밀려나며 시드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착잡한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한참 이동하던 도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연장전에 들어가야 하니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LPGA 투어는 QT를 통해 상위 20명에게 풀시드를 준다. 그러나 2008년 대회에선 20위 이내의 선수들 중 2명이 시드를 반납했다. 이미 더 높은 순위의 시드를 확보한 2명이 QT를 통해 획득한 시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 덕에 공동 21위로 QT를 마친 4명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최운정은 곧바로 차를 돌렸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날 정도”였다. 그리고 연장전을 치렀다. 마지막 2장의 티켓 중 하나를 최운정이 차지했다.

처음 LPGA 투어를 경험하게 된 최운정은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선배들을 볼 때면 참지 못하고 묻고 또 물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정말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궁금한 게 많다.”

투어생활은 신이 났다. 성적이 나쁠 때도 있었지만,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최운정은 “꼭 성공해야겠다는 부담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박세리(40) 선배를 비롯해 TV로만 보던 대단한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투어에서 함께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저 오랫동안 투어생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연이 닿지 않을 것 같던 우승은 투어생활 7년 만에 이뤄졌다. 2015년 7월 마라톤클래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벌써 1년 8개월 전의 일이 됐다. 7년만의 우승이어서 그런지,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첫 우승에 성공하면 다음 우승이 조금은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최운정은 다시 우승 침묵에 빠졌다.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운정은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며 “처음 우승했을 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정말 짜릿했다”고 그날의 감동을 돌아봤다.

시간이 흘러 최운정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어느덧 고참 대열에 합류했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아졌다. 또 투어에는 해마다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환경이지만, 여유를 택한 최운정은 “내년이면 LPGA 투어에서 10년째다. 그런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많다. 천천히 그 길을 다 가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또 실수를 하더라도 인상을 쓰기보다 웃으며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한 것 같다. 이건 매우 큰 변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운정은 잠시 국내에 머물며 후원사인 볼빅의 신제품 발표회에 참가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뒤 12일 미국으로 떠났다. 파운더스컵(16∼19일)을 시작으로 10월 인천에서 펼쳐질 하나외환챔피언십 때까지 쉬지 않고 꿈을 향해 뛰기로 했다. 최운정은 “돌아올 때 우승트로피를 안고 오면 좋겠다”며 희망찬 한 해를 다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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