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교 ‘노예 경매 광고’ 제작 과제 논란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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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5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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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부모 SNS 캡처
사진=학부모 SNS 캡처
미국의 한 학교가 학생들에게 ‘노예 경매 광고’ 포스터 제작 과제를 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의 사우스 마운틴 초등학교의 5학년들은 노예 경매 광고 포스터를 만들어 제출했다.

이 과제는 사우스 마운틴 초등학교의 교과 과정 중 하나인 ‘콜로니얼 아메리카 프로젝트(Colonial America Project)’에 포함돼 있다. 5학년들은 19세기 초 미국에서 시행했던 노예 제도 및 식민지 지역을 배우며, ‘노예 경매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야한다. 이에 학생들은 직접 크레파스와 펜·종이 등을 이용해 포스터를 만들었다.

한 학생이 제작한 포스터에는 “‘노예 경매, 15일(수) 정오에 스퀘어 마을에서 진행. 12세의 앤·멋진 집안의 소녀-24세의 에드윈·훌륭한 사냥꾼-32살의 제인·우수한 간호사-18살의 샘·농장 노동자-22살의 조나단·훌륭한 요리사와 같은 가치 있는 노예들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포스터에는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이라는 추가 설명까지 표기돼있다. 당시에는 신용카드가 없었지만,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포스터를 만들다보니 이런 해프닝(?)도 생긴 것.

이에 대해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은 학교에 날선 항의를 표명했다. 학부모 자밀 카리엠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우스 마운틴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만든 노예 경매 포스터들을 학교 내에 전시했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한 노예 제도를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부가 검은 아이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인 안드레아 에스피노자 씨는 “노예 경매 포스터는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학생들이 이미 벌어진 역사를 습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스 마운틴 초등학교의 존 라모스 교장은 “당시 삶과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이었다”며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노예 경매 포스터’ 제작 과제를 지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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