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업 철수’ 도시바, 상장폐지 문턱에…“출구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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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기업의 자존심’ 도시바가 해외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은 도시바는 회계부정 의혹까지 겹쳐 상장폐지의 문턱에 놓였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12월 결산 발표를 못하게 됐다고 밝히고 “(도쿄 증시 1부에서) 2부로 떨어지더라도 신용을 확보해 상장폐지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시바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결산 발표를 연기하며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상장사의 결산 발표 연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도시바는 15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유지해 달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이날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뜻에서 도시바를 ‘감리종목’으로 지정했고, 몇 달 간의 검토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산이 다시 연기된 것은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회계부정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지난 달 원전 사업 손실을 7125억 엔(약 7조1000억 원)으로 발표했지만, 현지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쓰나카와 사장은 “e메일 10만 통을 분석하고 관계자의 증언을 청취하고 있다.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2015년 2248억 엔(약 2조2500억 원) 규모의 부정회계가 적발돼 최고경영진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이번에도 회계부정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쓰나카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해외 원전사업 철수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매각이나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구입자를 찾는 것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공이 지연되고 있는 미국 원전사업이 2020년까지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한화 수조 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도시바가 액화천연가스(LNG)를 비싸게 산 탓에 앞으로 최대 1조 엔(약 10조 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언론은 도시바를 두고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도시바는 추진 중인 반도체 매각으로 최대 2조5000억 엔(약 25조 원)을 조달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매각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입찰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등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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