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 노트컴’, ‘쥐 TV’…北 시장서 삼성·LG 제품 인기 “한국산은 富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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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5일 1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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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동아일보DB(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쑹 노트컴(노트북)’, ‘쥐 TV’….

북한에서 한국산(産) 가전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단속을 피하기 위한 관련 신조어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고 15일 데일리NK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데일리NK는 이날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 “최근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남도) 함흥, (함경북도) 청진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TV와 노트컴을 비롯해 남조선(한국) 상품을 찾는 주민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판매자와 구매자들 사이에는 시장 단속원의 눈을 피하려고 자기들만의 신조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삼성’을 중국식 발음이 섞인 ‘쑹’으로, LG는 ‘쥐’라는 약칭으로 부르고 있다. 대다수의 돈주(신흥부유층)들이 한국 제품명을 말하지 않는 효과와 함께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이 같은 애칭을 쓴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이 전자제품의 품질과 브랜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5월 북한 당국이 7차 당(黨)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지급한 판형(LED)TV 등의 영향도 있다. 지난해 7월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7차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지급한 TV 등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 속에 노골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소식통은 일부 북한 주민들의 경우 태양광판을 구매해 전자제품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 구매 욕구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대학생은 물론 일반 초·고급 중학생들(중·고등학교) 속에서 노트컴 구매 열풍이 불고 있고, 여기서 한국산은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눅은(저렴한) 대신 잔고장이 많은 반면 삼성, LG는 품질보증이 확실하다는 점이 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나온 노트북은 대다수가 중국산 중고제품이고 1대당 가격은 제작년도에 따라 북한 돈 20~3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산은 함부로 내놓지 못하고 은밀히 팔고 있는데 중국산의 2, 3배 가격을 줘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국산을 사고 싶지만 단속 때문에 우려하는 주민들을 위해 한국산 상표에 중국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소식통은 “중국산 공산품들은 대부분은 (당국이) 통제하는 품목이 아니라는 점을 노린 것”이라면서 “여기도 고객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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