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政敵 초대해 샌드위치 회동… 동반자 예우로 건보개혁 동력 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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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뉴리더십 세우자]해외 정상들의 소통 사례
메르켈, 연정상대 정책 대폭 수용… 장관도 절반 내줘 ‘협치’ 궤도에

“미치 지역구에서 생산되는 버번(위스키)을 같이 한잔하고 싶다.”

2014년 11월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전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상하 양원을 모두 내주는 참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장에 나선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민주당)은 향후 국정 운영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적(政敵)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지역구(켄터키 주) 특산품인 버번위스키를 거론하며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매코널은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의 악역)’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냉혹한 정치 승부사로 유명하다.

기자들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없애겠다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오바마는 얼마 후 매코널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샌드위치로 점심을 함께하며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했다. 매코널이 이끄는 공화당 상원은 오바마 임기 중 오바마케어를 결국 없애지 못했다. 스스로 “나는 샤이(shy·낯을 가리는)한 성격”이라는 오바마는 퇴근 후엔 가급적 가족과 저녁 식사를 했지만 점심 식사와 일과 시간에 자주 야당 지도부를 만나 국정 협력을 당부하곤 했다.

퇴임 전 최고 60%(갤럽 조사)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박수 속에 백악관을 떠난 오바마는 과감하게 야당과 소통하며 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2016년 5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장에선 오바마가 오바마케어를 놓고 충돌했던 또 다른 정적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과 극장에서 나란히 팝콘을 먹는 영상이 소개됐다. 오바마는 베이너에게 퇴임 후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을지 자문을 했고, 베이너는 “난 어제 아침에도 맥주를 마셨다. 하고 싶은 대로 지내라”고 농반진반으로 조언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베이너는 오바마의 카메오 출연 제의를 선뜻 승낙했다. 평소 오바마가 야당과 꾸준히 소통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장면이었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의회 내 소통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도 아베 총리는 자신의 부인이 관여된 모리토모(森友) 학원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로 매일같이 야당 의원들에게 공격받으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세세히 설명했고, 때로는 “지금 그 발언은 실례 아닌가”라든가 “불쾌하다”며 솔직한 감정을 동원하기도 했다.

집권 이래 4년도 넘다 보니 구체적인 정책 사안에 대해 장관보다 관록이 붙은 아베 총리가 답변이 막힌 장관 대신 손들고 나서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남수단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문제로 야당에 처참하게 질타당하자 그는 방위상 대신 답변에 나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총리는 출동 경호하지 말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총리와 의원 간의 긴밀한 소통은 오랜 일본의 내각제 정치 체제하에서 제도적으로 굳어진 측면이 강하다. 일본에서 정기국회가 열리면 총리는 반드시 출석해 온종일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직접 답해야 한다. 공영방송 NHK는 이를 생중계해 국민도 국회에서의 공방의 현장을 직접 지켜볼 수 있게 해준다.

연정이 일상화된 내각제의 독일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포용과 소통 정치가 빛나고 있다. 2013년 독일 총선 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3개월 동안 지루한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이 주장하는 최저임금제 도입, 이중 국적 허용, 연금수령 연령 조기 개시, 동성 커플 차별 철폐 등의 정책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여당인 기민당 6명, 사민당 6명으로 장관 수를 절반으로 나누기로 약속했고, 지금도 지키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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