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쿨하지 못해 미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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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국내 언론 앞에 선 그들은 생각보다 당당했고, 서로를 향한 시선은 다정해 보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들고 돌아온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얘기다.

“(사회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고. 당연히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지요.”

영화제 수상이 그들에게 어떠한 확신을 가져다준 것일까. 이들이 오랜 침묵 끝에 작심한 듯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기분이 묘해졌다. 따져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괜히’ 미운 감정이 드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공언하는 둘을 지켜본 적잖은 이들의 심정이 그럴 수도 있다.

세상의 손가락질에 앙칼지게 항변하는 영화 속 영희, 그리고 그런 영희를 감싸는 오랜 지인들…. 스크린을 넘어서도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른바 ‘쿨’한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세상이 쿨하지 못한 걸까, 아니면 저들이 지나치게 쿨한 걸까 싶어서. 개봉 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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