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시와 소설의 경계… 글 쓸 때는 다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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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후 첫 소설집 낸 윤해서 작가
2011년 ‘문학과 사회’ 게재 소설 ‘편곡’해 소설집에 새로 실어
“‘미지의 어둠’ 같은 소설 쓰려해”

7년 만에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를 낸 소설가 윤해서 씨. 표지 사진은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에서 그가 찍은 것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7년 만에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를 낸 소설가 윤해서 씨. 표지 사진은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에서 그가 찍은 것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낯설고 종잡기 어렵다. 소설가 윤해서 씨(36)가 등단 7년 만에 낸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문학과지성사) 이야기다. ‘카오스의 소설’이라는 뒤표지 홍보 문구처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싶다가도, 거대한 막막함과 정면으로 마주하려 애쓴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윤 씨를 13일 만났다.

‘코러스크로노스’는 ‘시간합창’이라는 뜻으로 단편 ‘테 포케레케레’에 나오는 방의 이름이다. ‘테 포케레케레’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말로 ‘미지의 어둠’이라고 했다. 익숙한 소설 서사를 기대했다가는 낭패다. ‘약 20억 년 전, 최초의 진핵세포가 등장했다’로 시작해 ‘문장에서 시간이 사라진다 … 나는 오직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건너뛴다’와 같은 문장을 거쳐 ‘… 왜상 속에서 왜상이. 끝없이 흔들린다. 탕,’으로 끝난다.

2011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게재했던 동명 소설의 문단 순서 등을 바꿔 소설집에 새로 실었다. 윤 씨는 “처음 발표할 때는 ‘테 포케레케레’의 뜻도 밝히지 않고 순서도 뒤섞어 소설 자체를 ‘미지의 어둠’으로 만들려 했는데, 너무 어둠 속에 남겨졌다”며 “‘편곡’을 달리해 봤다”고 말했다.

단편 ‘홀’에서는 어떤 남자의 눈을 갖게 된 여자가 등장하고, ‘오늘’에서는 한 남자가 점점 사라진다. 윤 씨는 “삶 자체가 시와 소설, 삶과 죽음, 음악과 문학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글을 쓸 때는 그런 경계가 무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이 도시에 남아 어느 날 몬트리올에서 온다. 어느 날은 모스크바에서, 쿠샤다스에서, 탄자니아에서 온다.…”(‘아’에서)

소설은 제주의 사려니숲, 알제리의 수도, 남태평양의 보라보라 섬 등을 오간다. 윤 씨도 네팔의 설산,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로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불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묻자 윤 씨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일상에서 잃어버린, 우주 속의 존재라는 감각이 선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등단작 ‘최초의 자살’은 변호사, 외판원 등이 인류가 생겨났을 무렵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인류는 동굴벽화를 그릴 때부터 존재했고, 그런 긴 시간이 앞으로도 있겠죠. 1981년 태어난 나도 그 모든 시간을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시간의 결을 그려 보고 싶다고 할까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코러스크로노스#윤해서#시간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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