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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말하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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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말하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성공하려면…

뉴욕=부형권특파원 입력 2017-03-14 15:53수정 2017-03-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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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걱정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 재협상을 미국으로 일자리 되찾아오는 데 이용하겠다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시각이 문제란 얘기다. 나라 간 무역 협정은 윈-윈이 아니면 타결되기 어렵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10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미 FTA 5주년 좌담회’와 직후 기자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그는 “새 정부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비즈니스맨 출신이 많고 그들 (비즈니스)세계엔 ‘이기느냐 지느냐’의 게임만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가 간 통상 협상은 반드시 서로에 이익인 윈-윈 게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협상 상대국도 선거구민이 있고, (정부를 견제하는) 의회가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 뜻대로 미국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무역협상을 한다면) 상대국 정부는 자국의 국민과 의회에 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한미 FTA야말로 대표적 윈-윈 협정이다. 이를 단순히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측면에서만 평가해 잘못된 협정이라고 비판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FTA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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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기를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한미 FTA는 두 나라 모두에서 일자리를 창출했고 양국의 무역량도 계속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직접 투자 규모도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 투자들은 미국 내에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늘어난 것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단순히 FTA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시기 한국의 경제성장이 부진한 반면 미국은 수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협정은 양국 경제에 모두 도움을 주면서 잘 작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FTA 발효 전인 2011년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8.5%였지만 지난해 10.6%까지 높아졌고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2.6%에서 3.2%로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금액은 총 511억8000만 달러(약 59조3688억 원)으로, 미국의 한국 직접투자(201억6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미국 현지의 한국기업 고용인원(2014년 기준)도 4만7000여 명에 이른다.

-그래도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할 기세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나 수정을 시도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는 FTA 검토 그 자체보다, 재협상을 ‘무역적자는 줄이고 미국 일자리는 되찾아오는 용도’로 이용하려는 잘못된 시각에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할 것 같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들과 재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이런 막무가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하면 좋겠느냐. 조언해 달라.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국은 (NAFTA 같은) 다른 재협상 과정에서 드러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이나 전략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그리고 여러 FTA에 대해 이미 큰소리를 쳐왔다. 그런 큰소리가 실제 협상에서도 그대로 실행되는지, 최종 결론에는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는지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민 사이에선 ‘미-중 간 고래 싸움에 한국 같은 나라만 새우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미중 간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들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아시아 많은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20%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는 1.4% 감소하고, 한국 GDP도 0.5% 감소한다는 분석보고서도 있다. 국가 간 경제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양자 간 무역 관계도 그 상대국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많은 국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부터 이해했으면 좋겠다.”

커틀러 부회장은 USTR에 재직할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도 깊게 관여했다. 그는 “(대선 기간 TPP 반대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이 TPP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적어도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시간은 갖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 출범 3일 만에 TPP 탈퇴를 선언하는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직도 TPP의 미래가 있다고 보는가.

“TPP 체결 내용은 참가국들의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탄생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합의다. 트럼프 정부가 다른 자유무역협정 등에도 일종의 벤치마크(기준)로 활용하거나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조만간 칠레에서 TPP 참가국들과 중국, 한국의 통상 장관들이 참석해 ‘미국 없는 TPP의 진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갖는다. 물론 ‘미국 없는 TPP’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추진을) 생각해 볼만하다고 본다.”

커틀러 부회장은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TPP를 반대하긴 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적어도 그 협정문과 세부조항을 상세히 읽어보고 그 내용을 이해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TPP를 그냥 ‘골칫덩어리’로만 치부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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