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노럴 레코딩 기법 - 일반 이어폰으로 만드는 최고의 공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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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4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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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된 소리에 현장감을 더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단순히 하나의 마이크로 녹음한 소리를 하나의 스피커로 재생하는 1채널(모노) 사운드 보다는 소리를 양쪽에서 구분해 녹음하고, 두 개의 스피커로 이를 들려주는 2채널(스테레오) 사운드가 상대적으로 소리의 입체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이런 2채널 사운드에 앞과 뒤의 소리를 추가로 녹음하고, 스피커로 내기 힘든 저음역을 표현하는 우퍼까지 더한 4.1채널이나 5.1채널 녹음 방식은 사용자에게 마치 현장에서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 대형 극장에서는 '돌비 애트모스'처럼 스크린에 등장하는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도 함께 움직이는 입체음향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다중 스피커로 입체음향을 만드는 홈씨어터(출처=IT동아)
다중 스피커로 입체음향을 만드는 홈씨어터(출처=IT동아)

그런데 이러한 입체 음향을 듣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장비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각 채널의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별도로 필요한데, 다시 말해 5.1채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개의 스피커와 1개의 우퍼가 있어야 한다. 또, 각 스피커를 적당한 거리만큼 벌려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간도 필요한 만큼, 이러한 소리를 언제 어디서나 듣기는 어렵다.

그런데, 입체 음향 중에서는 이어폰이나 헤드폰만 있으면 공간감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바이노럴 레코딩(Binaural Recording)'이라고 부르는 녹음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바이노럴 레코딩을 단어 그대로 풀어보면 양쪽 귀로 녹음한다는 의미다. 즉 좌우를 나눠 소리를 녹음하는데, 왼쪽과 오른쪽 이어폰 유닛에서 이 소리를 각각 들려준다. 오늘날 유튜브 등에서 'ASMR'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콘텐츠의 소리 대부분이 이 바이노럴 레코딩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녹음에는 기본적으로 좌/우의 소리를 나눠 담는 두 개의 마이크를 사용한다. 각각의 마이크는 실제 사람 귀가 있는 방향을 보고 있으며, 두 마이크의 거리도 사람 귀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러한 마이크 배치 덕분에 이 방식으로 녹음한 소리는 실제 사람이 어떤 소리를 듣는 것과 아주 비슷하게 들린다. 소리의 방향은 물론, 소리의 움직임이나 거리에 따라 우리의 귀에 조금씩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바이노럴 레코딩 역시 이러한 작은 차이를 모두 담아내 입체감 있는 소리를 만든다.

바이노럴 레코딩은 단순한 이어폰만으로 최고의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법이다(출처=IT동아)
바이노럴 레코딩은 단순한 이어폰만으로 최고의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법이다(출처=IT동아)

각각의 마이크로 녹음한 소리는 두 개로 나누어진 이어폰을 통해 소리를 구분해 들려주는 만큼 입체감이 뛰어나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갈 때 소리가 이동하는 것을 왼쪽과 오른쪽의 이어폰을 통해 그대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소리를 영상을 보면서 함께 들으면 마치 자신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필수다.

과거에는 오케스트라 처럼 공간감이 중요한 음악 녹음에 이러한 방식이 주로 쓰였지만, 동영상으로 넘어 오면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할 수 있게 된 만큼 CF나 일부 성인물 제작에도 바이노럴 레코딩 기법이 쓰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나긋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 준다거나, 귀 파는 소리나 속삭이는 소리를 내면서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바이노럴 레코딩은 홈씨어터나 대형극장에서 수많은 스피커로 듣는 입체음향과 비교하면 소리의 무게나 웅장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넓은 공간이나 많은 스피커 없이, 오직 이어폰 하나만으로 이러한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청각적인 자극을 원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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