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은 진보? 구직난 앞에선 안통해… 佛 ‘앵그리 영맨’ 극우후보 르펜에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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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선거에서는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세대 갈등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프랑스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는 4월 23일 치러질 1차 대통령선거에서 26%대 득표율을 올려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이민자 80% 감축 등 극우 정책을 쏟아내는 르펜 후보의 지지자 중 한 축은 경제성장 정체로 구직난에 몰린 ‘앵그리 영맨(성난 젊은이)’들이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르펜 후보는 18∼24세에서 39%의 지지를 받아 경쟁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21%)와 프랑수아 피용 후보(9%)를 압도했다. 젊은층은 진보진영을 지지한다는 통설을 깨고 극우파에 표를 던지는 건 난민 배척과 프랑스 우선주의를 외치는 르펜 후보가 암울한 경제상황을 타파할 적임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르펜 후보는 20대와 더불어 고졸 이하(36%), 육체노동자(49%), 지방 소도시 거주자(32%)로부터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좌절감에 대격변을 갈망하는 사회적 소외계층과 청년 실업률이 25%에 이르며 분노한 청년층이 극우파인 르펜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1%에 그치고 있는 경제성장률도 새로운 정치권력의 탄생을 바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FT는 “파리와 엘리트 계층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은 젊은층이 르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분노한 청년 민심은 좌우 이념을 가리지 않고 경제와 일자리를 최우선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청년실업률이 40%대에 이르는 이탈리아에서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좌파 포퓰리즘 운동으로 형성된 정당인 오성운동이 2013년 총선에서 상하원 163석을 확보해 제1야당으로 우뚝 선 데 이어 지난해 중앙집권형 개헌 국민투표를 좌절시켰고 내년 2월 총선에서 집권을 노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실업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장년층은 현재의 틀을 흔들지 않는 보수 색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고 있다. 프랑스의 피용 공화당 후보는 가족의 보좌관 허위 채용 스캔들로 18∼64세 전반에 걸쳐 지지율이 10%대지만, 65세 이상에선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다.

주로 보수 색채의 가톨릭 신자이며 부유한 장년층은 르펜 후보의 급진성이나 마크롱 후보의 경험 미숙에 반감을 갖고 총리를 오래 지낸 피용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유럽#선거#앵그리 영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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