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과 함께 37년… 특허 7개에 연매출 2억 ‘달콤한 결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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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의 성공기

충북 청원군에서 토종꿀을 생산하는 김대립 청토청꿀 농장 대표가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6세 때부터 벌을 돌본 김 대표는 7가지 토종벌 사육 비법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최연소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충북 청원군에서 토종꿀을 생산하는 김대립 청토청꿀 농장 대표가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6세 때부터 벌을 돌본 김 대표는 7가지 토종벌 사육 비법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최연소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사람이 먹어서 안 좋은 건 벌이 먹어도 안 좋아요. 벌의 낙원은 사람의 낙원이에요.”

충북 청원군에서 벌을 키우는 ‘청토청꿀’의 김대립 대표(43)는 “벌을 키우는 사람들은 농장 주변에 농약병이나 쓰레기가 있으면 모조리 주워서 따로 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키우는 벌이 혹시라도 안 좋은 걸 먹을까 봐 미리 조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 양봉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녹색산업이다.

김 대표가 벌과 함께 지낸 것은 올해로 벌써 37년째다. 할아버지의 양봉장에서 6세 때부터 벌을 돌보기 시작해 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중년이 됐다. ‘너만큼은 힘든 일 하지 마라’라는 아버지의 설득에 대학에 진학해 전자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결국 ‘벌’을 선택했다. 그는 “꿀과 벌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에 이끌렸다”고 귀띔했다.

○ 벌 돌보던 소년이 최연소 신지식인으로

초등학교 시절, 김 대표의 주말은 항상 벌과 함께였다. 다른 농사를 병행하느라 바빴던 할아버지, 아버지를 대신해 벌 챙기기는 그의 몫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사고로 몸이 불편해지면서 벌은 김 대표가 책임지게 됐다.

재능도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이미 벌꿀 판매로 돈을 벌었을 정도다. 그는 당시 “무작정 지역 신문사를 찾아가 꿀 판매 광고를 냈더니 주문이 쇄도하고 양봉 관련 상담도 많이 들어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벌 관리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분봉’이 어려웠다. 이는 새 여왕벌이 일벌의 일부를 데리고 나와 다른 집을 만드는 과정이다. 분봉이 시작돼 벌 무리가 벌통에서 나오면 이들을 재빨리 주워 담아 새 집을 마련해 줘야 한다.

“언제 새 여왕벌들이 벌집에서 나올지 모르는데 이를 기다려야 합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했기에 아래쪽을 가늘게 만든 통나무 의자에 앉아 있을 정도였어요. 졸리면 균형을 잃고 의자에서 떨어지니까요.”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말 20대 중반의 김 대표는 마침내 ‘인공분봉법’이라는 해결책을 개발해 낸다. 이를 이용하면 2, 3개월 동안 매일같이 벌통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일을 2, 3일이면 끝낼 수 있다. 그는 인공봉분법으로 기술특허까지 받았다.

김 대표는 현재 청원군에서 250군 규모로 벌을 길러 1년에 2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1군에서 길러지는 벌은 여왕벌 1마리와 꿀벌 1만∼1만5000마리다. 그는 인공분봉법 이외에도 6개의 꿀벌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 등을 인정받아 29세던 2003년 행정자치부가 지정한 국내 최연소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 위기를 기회로

김 대표는 2003년부터 인터넷에 ‘토종벌 3대 비법’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양봉 기술 노하우를 게재하고 있다. 자신의 기술을 무료로 나눠 줌으로써 양봉 대중화를 이뤄 보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김 대표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며 폄훼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대와 다른 대중의 평가에 괴로워하던 김 대표에게 한 지인이 “직접 체험해 보면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현장실습 교육을 권했다. 지인들은 앞장서 실습생도 모아 줬다. 이후 실습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김 대표의 방식대로 하면 성공한다”는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농산물 생산과 체험학습을 함께하는 6차 산업의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0년 유행한 ‘낭충봉아부패병’은 김 대표의 양봉 생활 37년 중 최악의 경험이다. 이 병은 꿀벌에게 생기는 바이러스로 애벌레나 다 큰 벌의 소화기관에 침투한다. 감염된 벌이나 애벌레는 몸체가 부풀면서 죽는데 특히 토종벌의 피해가 컸다. 한국한봉협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벌의 98%가 이 병으로 폐사해 ‘토종벌 에이즈’로까지 불렸다.

1000군 가까운 규모로 농장을 운영했던 김 대표도 속수무책이었다. 원인도, 예방법도 알지 못해 죽어 가는 벌을 무기력하게 쳐다봐야만 했다. 농장 규모를 4분의 1로 줄인 것도 이때다. 이후 당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함께 농장을 운영했던 이들과 ‘토종벌 지킴이’를 만들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바이러를 옮기는 명나방 애벌레가 침투할 수 없는 해충방지벌통을 개발하는 한편 발병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는 여왕벌을 교체해 애벌레 양이 조절될 수 있게 했다. 면역력을 높여 벌을 보호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는 “찾아낸 방법이 낭충봉아부패병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감기가 유행해도 안 걸리게 조심하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벌이 병에 덜 걸리게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농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6차 산업을 ‘곱셈 농법’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양봉장 옆에 메밀과 해바라기를 심으면 메밀 수확에도 도움이 되고 꿀도 딸 수 있어요. 이걸로 꿀떡 같은 먹거리도 만들 수 있고요. 다 같이 연결되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를 한 것처럼 폭발적인 시너지가 나오고 다국적 기업하고도 경쟁할 수 있다고 봐요.”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토종벌#특허#청토청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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