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포스코 “철강에 활용법도 얹어 팔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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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솔루션 마케팅’ 재강조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고급 철강 제품은 가공과 용접이 힘들어 구매 회사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데 솔루션 마케팅 덕택에 이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10일 연임을 확정짓고 기자들과 만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조금 뜻밖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 속에서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이른바 월드프리미엄(WP) 철강 제품으로 영업 이익을 높여 왔다. 그런데 제품 품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솔루션 마케팅 같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 기업들이 ‘친절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솔루션 마케팅’을 강조해왔다. 인장강도를 높여 더 질기면서도 가벼워진 새로운 철강 제품을 개발하면 이 철강 제품을 사가는 구매 회사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공급사인 포스코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새로운 철강 제품에 적합한 절단법과 용접법을 고객사와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동차 강판을 사가는 구매 회사를 위해서는 미리 차량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분별로 어떤 철강 제품을 활용하면 최적의 차체를 완성할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포스코는 쌍용자동차 등과 차량 개발 과정부터 협력해 왔다.

이런 노력은 구매 회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도록 돕는 역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물결 모양 강판(파형강판)을 이용해 교량을 만드는 고객사 평산에스아이의 인도네시아 입체교차로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부터 지원했다. 인도네시아가 반둥 시에서 입체교차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미리 알고 기술력을 가진 평산에스아이에 사업 참여를 권유해 40m 길이의 교량을 만들 수 있는 초대형 파형강판을 제작할 수 있게 기술을 협력했다. 손희준 평산에스아이 이사는 “오래된 파트너사인 포스코가 시범사업으로 먼저 제안을 했고 기술개발도 지원했다. 10곳 이상에서 사업 제안을 받았고 앞으로 1000곳 이상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마케팅 차원을 넘어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길까지 찾은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솔루션 연계 판매량이 2014년 대비 3배 증가한 390만 t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권 회장은 13일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과 면담하고 인도네시아 생산법인 방문길에 나서기도 했다. 철강 분야의 전문지식에 GE의 기술을 결합해 앞으로 스마트 산업과 관련된 솔루션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권 회장의 복안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런 솔루션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마케팅 조직 규모를 키운 현대제철은 핵심 고객 관리 조직을 구축해 제품 발주 단계부터 재고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따로 관리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강도 철근과 내진용 철강 제품 등을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으로 선정해 여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건설장비와 엔진 등을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대 건설장비 전시회 ‘콘엑스포 2017’에서 ‘두산 커넥트’라는 이름의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선보였다. 굴착기 같은 건설장비에 센서와 통신장비를 설치해 위치 추적과 원격 차량진단, 사고감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장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혹은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이 현장에 어떤 장비 몇 대씩으로 작업팀을 구성해 투입하면 며칠 만에 작업을 마칠 있다’는 식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기술개발이 한창”이고 귀띔했다.

서울 용산구의 LG유플러스 신사옥에 2층 엘리베이터를 납품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건물 세부 설계 이전 단계부터 참여해 2층 엘리베이터를 제안하기도 했다. 2층을 외부인 접견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계해 1층과 마찬가지로 유동인구가 많도록 설계하면 2층 엘리베이터가 효율적일 수 있다는 해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후장대 산업에서 중국 등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서비스 역량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우리 산업의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포스코#철강#솔루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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