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 적고 수익률도 저조… 외면 받는 ‘만능 통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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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초라한 1년 성적표
은행권 일임형 누적 수익률 1.01%… 가입 계좌수 석달 연속 감소세
자금유입도 두달 연속 1000억 아래로
전문가 “문턱 낮추고 세 혜택 확대… 의무가입기간도 폐지해야”


지난해 3월 14일 도입돼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초라한 ‘1년 성적표’를 선보였다. 미미한 세제 혜택과 저조한 수익률 탓에 가입자가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ISA가 진정한 ‘만능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세제 혜택 확대와 가입 문턱 낮추기 등 파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입자 석 달 연속 감소, 평균 수익률 2%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의 가입 계좌 수는 3일 현재 234만6264개다.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간 누적 가입금액은 3조6461억 원으로 집계됐다. ISA는 예·적금,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관리하는 상품이다. 소득에 따라 3년 또는 5년간 계좌를 유지하면 이자수익의 200만∼25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위 측은 “전체 계좌 수는 줄었지만 10만 원 이하 소액 계좌의 비중이 감소해 내실 있게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달 ISA로 유입되는 자금이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연속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여전히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할 만큼 수익률도 저조하다. 올 1월 말 현재 금융사 25곳에서 운용하는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평균 누적수익률은 2.08%다. 특히 은행 MP의 평균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가입 문턱은 높은 반면 세제 혜택이 미미한 것도 ISA가 외면받는 이유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와 농어민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5년간 가입하면 이자소득을 200만 원까지 비과세하는 일반형 ISA의 세금(15.4%) 감면 금액은 30만8000원이다. 이마저 5년간 목돈을 묵혀야 받을 수 있어 서민들에겐 부담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 가입 유인 확대로 시장 규모부터 키워야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을 늘리고 가입 문턱을 낮춰 ISA 시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사들이 실력 있는 운용인력을 시장 규모가 작은 ISA에 투입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규모가 커지면 금융사들이 알아서 투자하게 돼 있다. 세제 혜택을 늘리고 60세 이상은 조건 없이 가입하게 하는 등 시장 규모를 키우면 수익률 부진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처럼 중도 인출을 허용하거나 의무가입기간을 없애되 오래 가입할수록 혜택을 늘리는 식으로 상품 구조를 바꿀 필요도 있다. 목돈을 오랫동안 묻어두기 어려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ISA 가입자의 약 70%(약 160만 명)가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의 중하층 서민으로 나타났다. 국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ISA의 정책 목표부터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면 중도 인출 등의 보완이 필요하고 중산층 노후 대비가 목적이면 가입자의 소득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17일 금융위원장 주재로 업계 간담회를 열고 ISA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주애진 jaj@donga.com·강유현 기자
#isa#수익룰#만능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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