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새/신/신/고 나가 볼까 ‘봄 마중’

2017 봄여름 가방&신발

활짝 핀 봄, 거리엔 새털 같은 가방과 슈즈가 등장한다. 지난달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거리에서 포착된 봄나들이 패션. 네타포르테 제공

《얼었던 물이 녹듯,
마음이 풀리고 발걸음이 동동 뜨는 봄.
나들이의 계절이 기지개를 켰다.
겨우내 묵직했던 워커와 가방은 이제 벗어두자.

가볍게, 더 가볍게,
새 신을 신고 바깥 세상으로 폴짝 나서 볼까.
2017년 봄·여름 컬렉션의 화룡점정은
톱 핸들 백과 샌들이다.

꽃잎의 이슬처럼 봄 컬렉션에 생기를 더하고
포인트를 잡아 주는 아이템들을 살펴본다.》

든 듯 안 든 듯, 톱 핸들 백으로 가볍게

가방 톱 부분의 핸들은 안정감을 주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살린다. 소재는 가벼워지고 디자인은 상큼 발랄해졌다. 탈부착이 가능한 숄더 스트랩이 더해지면 봄나들이 패션에 적격이다. ‘든 듯 안 든 듯, 멘 듯 안 멘 듯’ 봄 느낌을 더해 주는 게 톱 핸들 백이다.

다채로운 색상의 버버리 톱 핸들 백들.

가장 클래식한 톱 핸들 백을 선보인 곳은 버버리다. 지난달 봄 컬렉션 런웨이에서 모델들 대부분의 왼손엔 톱 핸들이 쥐여 있었다. 미들 사이즈에 사다리꼴 외형, 두께감 있는 핸들로 고전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크리미한 흰색과 로지 핑크, 노랑과 검정의 대비 등 채도가 드러나는 색감을 배합해 생기를 살렸다.

남성 봄 컬렉션에서도 스트랩 백은 빛을 발했다. 루이뷔통 제공

루이뷔통은 친숙한 디자인에 스트랩으로 멋을 부렸다. 모노그램과 꽃문양이 어우러진 루이뷔통 패턴과 검정 가죽을 매치한 톱 핸들 백에 역시 검정 가죽 스트랩을 활용했다. 미니 사이즈 백에는 스트랩에도 패턴을 적용하는 등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려한 스트랩을 뽐낸 구찌 톱 핸들 백(왼쪽). 견고한 대나무 손잡이를 적용한 구찌 톱 핸들 백(우른쪽).

스트리트 패션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구찌는 핸들과 스트랩을 좀 더 공격적으로 재해석했다. 체인과 대나무 등 강렬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채도 높은 원색을 써서 스트랩 자체가 돋보일 수 있게 했다. 백 디자인에도 청동 패치와 화려한 자수를 통해 반항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플로럴한 느낌을 강조한 프라다 미우미우 백.

프라다는 미우미우 여름 컬렉션에서 한껏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백에서 숄더 스트랩까지 모두 폭신폭신한 주름 소재를 활용해 구름처럼 피어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연분홍과 흰색, 고혹적인 빨강 등 색감도 모두 한창의 꽃송이가 가진 색깔들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휴가철 해변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프라다는 밝혔다.

에르메스 남성 컬렉션으로 공개된 빅 사이즈 백.

에르메스는 남성 컬렉션에서 시크한 톱 핸들 백이 주목받았다. 빅 사이즈에 직사각 형태, 패턴 없는 디자인과 소재를 적용해 견고하고 단순 명쾌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색감도 튀지 않는 정도의 노랑이나 파랑을 써서 미니멀 느낌을 냈다. 가벼운 카디건과 면바지 차림의 남성 모델이 톱 핸들을 살짝 쥐고 무심한 듯 걸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블링블링, 새 신을 신고 뛰어볼까

봄·여름 신상 신발들은 발끝에서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듯하다. 화려한 색상과 프릴, 리본, 꽃 장식들이 봄의 전령으로 앞다퉈 나선다. 파도와 풀숲을 연상시키는 패턴들이 발목 스트랩부터 굽까지 넘실거린다. 발걸음 가볍게 새 출발을 도와줄 샌들과 스니커즈, 캔버스화를 소개한다.

물결치는 듯한 소재로 시원함을 주는 프라다 슈즈.

올해 프라다 슈즈는 싱그러운 바캉스 콘셉트를 뽐냈다. 투명한 젤리 소재로 물결치는 듯 통굽을 표현한 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코 부분의 프릴과 발목으로 이어지는 스트랩까지 같은 소재를 사용해 시원하고 발랄한 인상을 준다. 프라다 특유의 생기 넘치는 빨강과 흰색의 색상 배합으로 만들어진 캔버스화도 바깥 활동에 편안함을 더해준다.

채도 높은 오렌지색의 에르메스 봄 신상 샌들.

에르메스 봄 샌들은 시원시원한 원색의 컬러와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도시적인 느낌을 줬다. 무늬나 패턴에 힘을 주는 대신 샌들의 핵심인 발목 스트랩, 버클을 활용해 고급스럽게 표현했다. 모카신과 에스파드리유 역시 디자인은 기본에 충실했고 색상과 스티치, 끈으로 특징을 잡았다.

구찌 봄 컬렉션으로 공개된 화려한 문양의 슈즈.

구찌는 백에 적용된 고풍스러운 화풍 패턴을 슈즈 전면과 굽에도 그려냈다. 풍성한 꽃송이와 파란 잎사귀, 뱀 등 동물 자수가 어우러져 생기 넘치는 스트리트 패션을 완성했다. 검은색 통굽 위에 얇게 얹힌 듯한 금색 샌들도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온 신발인 듯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체계를 깨고 새로운 의미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구축해 나간다”는 이번 봄·여름 컬렉션 콘셉트를 적극 반영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