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Q매거진]남녀 경계 사라진 시대…‘취향’따라 입는다
더보기

[Q매거진]남녀 경계 사라진 시대…‘취향’따라 입는다

김현수기자 입력 2017-03-14 03:00수정 2017-03-14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모호해진 남성과 여성성, 젠더리스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선보인 버버리의 2017 2월 컬렉션. 버버리 제공
패션은 동시대의 사회문화를 반영한다. 최근 몇 년 새 패션계를 뜨겁게 달구는 ‘젠더리스(Genderless)’ 키워드도 최근 우리 시대의 남녀를 경계를 짓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남성다운 것과 여성다운 것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시대다.

과거 젠더리스 패션은 주로 여자들이 남자처럼 입는 것을 ‘유니섹스(남녀가 함께 입는 것)’ 통칭하며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이런 톰보이 스타일은 남성적인 것이 여성적인 것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요즘의 젠더리스 패션은 좀 다르다. ‘여기 핑크, 플라워, 매니시, 걸리시, 오버사이즈 등 다양한 트렌드가 있는데, 남자나 여자나 골라서 입으시오’ 하는 식이다. 오히려 ‘남성 해방’에 가깝겠다. 사실 여성복의 남성적 요소의 역사야 슈트팬츠를 포함해 길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부터 지겹도록 파랑색, 회색, 검은색만 입었으면 이제 핑크색, 보라색, 붉은색으로 범위를 넓혀도 된다. 러플 장식, 하이힐, 스커트까지 입는 패션 피플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근대화 전 유럽의 남성 귀족들이 사랑하던 아이템이 아닌가.


남성도 여성복 컬렉션에서 오버사이즈 코트를 골라 입을 수도 있고, 여성도 남성복 컬렉션에서 아름다운 러플 블라우스를 선택할 수 있다. 사이즈와 패턴의 차이를 빼고 디자인만 보면 이것이 여성복인지 남성복인지 맞히기 힘든 컬렉션도 있다.

주요기사

버버리 제공
실제로 최근의 주요 패션위크 런웨이 컬렉션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경계는 더욱 사라지고 완전한 ‘취향’만 남았다는 인상이 짙다. ‘버버리’는 아예 남녀 컬렉션을 합쳐 한 번의 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주제에 맞춘 다양한 변주가 남녀 복장에 걸쳐 드러나게 된 셈이다. ‘구찌’도 얼마 전 열린 2017·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합쳐버렸다. 이제 여자친구와 와이프와 함께 옷을 입어도 될 정도다.

여자친구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구찌의 2017 봄여름 컬렉션 아시아프레스데이가 열렸다. 막 쇼를 끝낸 따끈따근한 의상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서울로 공수된 것이다. 남녀 컬렉션이 함께 있었는데,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어느 쪽이 여성복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히려 남성 컬렉션에서 탐나는 셔츠와 코트가 많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구찌 제공
아름다운 꽃 자수가 수놓아진 코트. 소매와 카라의 러플 장식, 민트색 바지 등 온통 사랑스러운 디자인으로 가득 찬 컬렉션이었다. 이번 시즌 구찌의 남성 컬렉션 테마가 여행이다 보니 동서양을 넘나드는 재치 있는 의상도 선보였다. 중국 동양화 한 폭을 옮겨다 놓은 코트에 도널드 덕이 숨어 있기도 했다. 남녀, 동서양, 현대와 과거의 경계를 모두 넘나드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은 2015년 깜짝 등장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부린 마법의 일환이다. 오랫동안 구찌를 이끌던 프리다 지아니니의 후임으로 등장한 뒤 선보인 첫 남성 컬렉션에서 강렬한 레드 컬러의 실크 블라우스, 7부 러플 소매 등으로 최고난도의 젠더리스 룩을 예고했다. 몸에 작은 듯한 느낌이 딱 여자친구의 옷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은 느낌이었다.

지난해 9월 컬렉션부터 남성복과 여성복을 합친 버버리는 좀 더 한국 남성들의 정서에 가까운 젠더리스 룩이다. 올해 처음 선보인 버버리의 ‘트로피컬 개버딘’ 트렌치코트 중 하나는 아예 ‘젠더리스’라는 이름으로 시판됐고 주요 글로벌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이미 완판되기도 했다. 남성 코트지만 소매 깃에 휘날리는 러플 장식은 여성들이 더 탐낼 만한 아이템이다.

어깨에 힘 준 여성복

권력 지향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남성적’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번 시즌 여성복이 그렇다. 남성복이 ‘여성 젠더’에 가까워졌다면 여성복은 남성성에 가까워졌다. 올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즈음에 전 세계 여성들이 ‘우먼스 데이’ 시위를 열었고, 패션계에서 여성파워를 일으키자는 움직임도 거세다. 8일(현지 시간) 세계 여성의 날에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가의 황소 상 앞에 깜짝 이벤트로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이 등장한 것도 최근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드리스 반 노튼 제공
이 같은 사회 분위기 탓일까. 올봄엔 어깨에 힘 준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어깨가 딱 벌어졌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릴 만큼 1980년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시화될 때 나타난 파워 숄더가 우아한 방식으로 등장했다. ‘질 샌더’의 각진 어깨 레더 트렌치코트, ‘발렌시아가’의 과장된 사각 어깨가 대표적이다. 특히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로 통하는 베트망의 뎀나 그바살리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발렌시아가’의 어깨는 정말 남자친구 옷장을 뒤진 느낌이다. 어깨로 파워 업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기대되는 시즌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