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잃은 특공전사 이젠 노르딕 최강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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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15km 우승 신의현

신의현이 11일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자신의 주종목에서 세계 정상임을 다시 확인한 신의현은 내년 평창에서 한국의 첫 겨울 패럴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이 11일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자신의 주종목에서 세계 정상임을 다시 확인한 신의현은 내년 평창에서 한국의 첫 겨울 패럴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웠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날마다 술을 마셨다. 누구보다 건장하고 힘이 좋았지만 두 무릎 아래를 잃고 난 뒤 삶의 의욕도 잃었다. 10년 전만 해도 신의현(37·창성건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일이다. 신의현이 11일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7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좌식에서 45분41초2를 기록하며 23명 가운데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신의현 덕분에 내년 평창에서 한국의 겨울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신의현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2006년 2월,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고향인 충남 공주에 직장도 마련해 놨었죠. 사회 경험을 쌓은 뒤에는 장사를 해서 돈 벌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밤농사를 하는 부모님에게 신의현은 최고의 일꾼이었다. 어릴 때부터 힘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둘째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부모님을 도우면서 칡뿌리를 캐는 등 힘 쓰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군대에서도 힘이 좋다고 작업을 많이 시키더라고요. 삽질을 해도 2, 3명 몫은 충분히 했으니까요.(웃음)”

사고 뒤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3년 가까이 실의에 빠져 있던 신의현은 2009년 주위의 권유로 휠체어농구를 시작하면서 활달했던 성격을 되찾기 시작했다. 운동에 흥미를 붙여 장애인 아이스하키와 핸드사이클 선수로도 활약했던 그가 노르딕스키를 접한 것은 2015년 8월이다. 그를 눈여겨본 정진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51)이 “실업팀이 창단되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적극 권유한 것. 정 과장 역시 20대에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지만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던 인물이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힘과 지구력이 강한 신의현에게 노르딕스키는 제격이었다. 입문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3관왕에 오르며 국내 최강자로 떠올랐고 올해 1월 리비브(우크라이나) 월드컵에서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 노르딕스키 사상 처음으로 우승(2관왕)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임을 확인했다. 이 종목은 이전까지 유럽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물론 훈련이 힘들죠. 그래도 부모님과 아내, 딸, 아들을 위해 달려야죠. 입문 권유를 받고 딱 하루 고민하다 결정한 일인데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 내년 평창에서 모든 걸 쏟아내겠습니다.” 대회 첫날인 10일 열린 바이애슬론 7.5km에서 은메달을 땄던 신의현은 13일부터 남은 3개 종목에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평창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신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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