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4차 산업혁명 이끌 리더십은 ‘디지털 포용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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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일수록 리더 역할 중요… 인간-AI-로봇 섞여 일하는 시대
적절히 통합-활용하는 리더 필요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은 1914년 12월,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전진기지 사우스조지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출항해 남극권에 도달했으나 1915년 1월, 목적지를 불과 150km 앞두고 배가 침몰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후 그들은 시속 300km의 바람과 영하 70도의 추위 속에서 무려 1년 반 동안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였다. 그 와중에 섀클턴 대장은 희생적인 리더십을 펼쳤고 덕분에 1916년 8월, 무려 634일 만에 선원 전원이 생환할 수 있었다.

한편 1913년, 캐나다의 빌햐울뮈르 스테파운손이 이끄는 탐험대는 ‘카를루크’호를 타고 북극 탐험에 나섰다. 이들 역시 빙하 사이에 고립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은 리더십의 부재 속에 서로를 속이기 바빴고 결국 11명 전원이 죽음을 맞게 됐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한 칼럭호와 인듀어런스호의 사고 양상은 유사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달랐다. 리더십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극한 환경이나 위기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로버트 하우스 교수가 제시하는 리더의 덕목은 비전, 신뢰, 의사소통, 확고한 가치관, 결단성, 용기다.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 성공한 리더들은 큰 예외 없이 이 덕목들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람들이 처한 극한 환경으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등 오늘날의 혁신기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체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군은 사회적, 창의적 능력을 요하는 직군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요구되는 ‘고직능’은 핵심 역량과 통하는 표현이며,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탤런트(talent)’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재를 확보한 조직만이 파괴적 혁신이 불러일으키는 큰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성 중 하나는 노동의 유연화다. 정규직 중심으로 ‘항상&모든 곳에서(always & everywhere)’ 일하는 방식, 즉 할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언제&어디서나(anytime & anyplace)’ 일하는 방식으로 노동의 과정과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시간이 아닌 일을 중심에 놓고, 필요할 경우 언제 어디든지 달려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유연한 노동의 시대에 직원들을 잘 관리하기 위한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연한 근로자들과 AI, 로봇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통합시키고 활용하는 능력, 즉 ‘디지털 포용력’을 바람직한 리더의 유형으로 꼽고 있다.

디지털 포용력이란 리더의 네트워킹 능력, 소통 능력, 조정 능력이다. 즉 인종과 피부색 등이 다른 다양한 배경의 근로자들을 디지털 환경에서 한 방향으로 잘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런 덕목을 갖춘 리더만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함께 등정하는 ‘대원’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skima@ewha.ac.kr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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