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읽고 나서 쓰는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속독으로 한 번 훑어 넘기며 눈에 걸린 문장들을 접어뒀다가 그 주변만 집중해 다시 읽으면서 쓴다. 모든 책을 통독하고 쓰는 건 내겐 불가능하다.
번역에 대해서는 이제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어색한 문장의 원인은 원어를 읽지 못하는 탓이 아니라고 본다.
서문과 첫 장에 속아 넘어간 부끄러운 기사. 적잖다. 그러나 내 게으름과 어리석음 탓일 뿐 저자나 편집자의 의도에 ‘속은’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글쓴이의 필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졌을 뿐 일부러 그렇게 구성하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아직은.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어느 정도 분량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걸까. 한 프랑스 시인이 “나는 모든 책을 읽었다”고 썼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뭐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있나’ 생각했다. 많이 읽을수록 좋은 게 과연 맞긴 한 걸까.
어쨌거나 읽은 것에 대해 쓰기를 매일 거듭한다. 타인이 일궈 맺은 결과물 위에 다른 글을 엮어 얹는 작업이 얼마나 괴롭고 두려운 일인지 나는 매우 늦게 알았다. 그럼에도 “책 기사 쓰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건 효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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