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면 소식에 대성통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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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휴정중 이모 우는 소리 들어”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소식을 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검찰청사 내 구치감에서 큰 소리로 통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전남편이자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때 비서실장이던 정윤회 씨(62)는 본보 기자에게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었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회한의 한숨을 내쉬었다.

○ 재판 중 탄핵 소식 들은 최순실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난 이날 오전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된 뒤 서류를 직접 검토하며 재판에 임하던 최 씨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된 오전 11시가 되자 법정에 걸려있는 시계를 자주 쳐다보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씨는 오전 11시 21분 곁에 앉은 최광휴 변호사의 스마트폰으로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 최 씨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물을 연신 들이켜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판검사가 잠시 뒤 “방금 헌재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제 법률적으로 전(前) 대통령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검찰 쪽을 굳은 표정으로 노려봤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 “최 씨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회오(悔悟·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하고 형사재판에서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감수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는 “(오전 재판을 마친 뒤 검찰청에서 이모 최 씨가) 대성통곡을 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모가 2014년 딸 유라의 임신 소식을 듣고 (딸 부부를 갈라놓기 위해)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그때부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폭로했다. 장 씨는 최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요청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재판 내내 침묵을 지키던 최 씨는 “대통령 탄핵 소식에 심경이 복잡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자식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하겠다”며 “딸 관련 얘기는 진실이 아니며 이 밖에 장 씨 말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지만 이모로서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 정윤회 “내가 간다면 위안이 될까”

정 씨는 이날 수척한 모습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잘하셔서 국민한테 좋은 것만 남겼으면 참 좋았을 것을…”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안위도 걱정했다. 그는 “좋을 땐 사람들이 모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가 가까이 가서 도와드리겠느냐”며 “내가 간다면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걸 원하시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인 박근혜’의 평가를 요구하자 그는 “장점이 많은 분이었다. (옆에) 가족이 없어서 개인적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대장·리더로 자격을 갖췄기에 직장이 아니라 내 신념, 내 일이라 생각하고 모셨다”고 했다.

정 씨는 박 전 대통령 보좌를 그만둔 2007년 대선 경선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헛된 바람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있을 때까진 대통령이 항상 바른 선택을 했고 그래서 계속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권오혁 기자
#최순실#파면#대성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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