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기업에 출연 요구, 재산권 침해”… 지원 강요로 봐 대기업 수사에 영향 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특검은 “삼성이 낸 출연금은 뇌물”… 헌재는 朴 뇌물죄 여부 판단 안해
이재용 재판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 측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포함된 탄핵소추 사유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문에는 이에 대한 판단이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특히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뇌물로 봤지만 헌재 재판부는 이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출연 요구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재정·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등을 종합해 보면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요구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로 봐야 한다”며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지난해 말 국정 농단 사건 수사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수본은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두 재단에 돈을 냈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승마 지원을 한 것으로 봤다. 뇌물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지원으로 본 것이다. 헌재는 특수본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일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반면 특검은 같은 사안을 뇌물로 판단했고, 그 수사 결과는 헌재에 참고 자료로 제출돼 탄핵심판의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은 향후 특수본의 대기업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수본은 SK 롯데 CJ 등 대기업 수사에 곧 착수할 방침인데 수사의 핵심 쟁점은 이들 기업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볼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의 판단과 같이 특수본도 불이익을 우려한 대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같은 사안으로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전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헌재#특검#삼성#이재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