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첫 ‘소녀상’… 위안부 피해 할머니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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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서 日반대 딛고 제막식… 안점순 할머니 “여러분께 감사”

8일(현지 시간) 독일 바이에른 주 비젠트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소녀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안 할머니는 이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 건립 추진위원회 제공
8일(현지 시간) 독일 바이에른 주 비젠트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소녀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안 할머니는 이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 건립 추진위원회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소녀상이 유럽 최초로 독일에 세워졌다.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현지 시간) 독일 바이에른 주의 작은 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90)도 참석했다.

서울 마포에 살던 안 할머니는 13세 때 “방앗간 앞으로 나오라”는 방송을 듣고 엄마와 함께 나갔다 트럭에 태워져 중국 지역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다. 안 할머니는 이날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여러분의 힘으로 이런 행사가 마련됐다”며 연신 소녀상을 어루만졌다. 이어 “여러분은 평화로운 세상에 사셨으면 하고 바란다”며 평화를 기원했다. 안 할머니는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본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독일에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경기 수원시와 재독 교민·독일인들로 구성된 건립위는 수원시의 자매도시인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건립하려고 했다. 지난해 7월 디터 살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수원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를 안 일본이 끈질기게 방해해 결국 프라이부르크 소녀상 건립을 막았다. 프라이부르크 시와 27년간 자매결연을 해 온 일본 에히메(愛媛) 현, 마쓰야마(松山) 시가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는 뜻을 프라이부르크 시에 전한 것이다. 독일 베를린의 일본대사와 프랑크푸르트의 일본총영사가 프라이부르크 시를 방문해 강력히 항의했다.

건립위는 다른 도시를 찾아나선 끝에 세계 최대의 히말라야 식물정원으로 불리는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이 있는 비젠트를 최종 선택했다. 소녀상의 이름은 ‘순이’다. 헤리베르트 비르트 공원 이사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순이야, 지금은 춥지만 2개월만 지나면 공원의 꽃들로 둘러싸이게 될 거야”라며 소녀상 건립을 자축했다.

이번 소녀상 좌우 바닥 안내문에는 한글과 독일어로 병기해 “비인간적 전쟁범죄로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기 위해”라고 적혀 있다. 또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라고 새겨졌다.

공원이 개장하는 5월에는 독일 언론에 소녀상을 소개하는 행사가 계획돼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안점순#독일 소녀상#일본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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