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소녀상이 유럽 최초로 독일에 세워졌다.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현지 시간) 독일 바이에른 주의 작은 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90)도 참석했다.
서울 마포에 살던 안 할머니는 13세 때 “방앗간 앞으로 나오라”는 방송을 듣고 엄마와 함께 나갔다 트럭에 태워져 중국 지역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다. 안 할머니는 이날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여러분의 힘으로 이런 행사가 마련됐다”며 연신 소녀상을 어루만졌다. 이어 “여러분은 평화로운 세상에 사셨으면 하고 바란다”며 평화를 기원했다. 안 할머니는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본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독일에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경기 수원시와 재독 교민·독일인들로 구성된 건립위는 수원시의 자매도시인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건립하려고 했다. 지난해 7월 디터 살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수원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를 안 일본이 끈질기게 방해해 결국 프라이부르크 소녀상 건립을 막았다. 프라이부르크 시와 27년간 자매결연을 해 온 일본 에히메(愛媛) 현, 마쓰야마(松山) 시가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는 뜻을 프라이부르크 시에 전한 것이다. 독일 베를린의 일본대사와 프랑크푸르트의 일본총영사가 프라이부르크 시를 방문해 강력히 항의했다.
건립위는 다른 도시를 찾아나선 끝에 세계 최대의 히말라야 식물정원으로 불리는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이 있는 비젠트를 최종 선택했다. 소녀상의 이름은 ‘순이’다. 헤리베르트 비르트 공원 이사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순이야, 지금은 춥지만 2개월만 지나면 공원의 꽃들로 둘러싸이게 될 거야”라며 소녀상 건립을 자축했다.
이번 소녀상 좌우 바닥 안내문에는 한글과 독일어로 병기해 “비인간적 전쟁범죄로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기 위해”라고 적혀 있다. 또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라고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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