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유전공학으로 만든다면… 심장 몇 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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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킹콩-고질라 과학적 탐구

영화 ‘콩: 스컬아일랜드’(첫번째 사진)와 ‘신 고질라’(두번째 사진)의 포스터. 두 영화에는 모두 키가 수십 m에 달하는 거대 동물이 등장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거대 동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전공학이 더 발전한다면 인위적으로 동물의 체구를 현재보다 훨씬 키우는 방법은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픽처스 제공
영화 ‘콩: 스컬아일랜드’(첫번째 사진)와 ‘신 고질라’(두번째 사진)의 포스터. 두 영화에는 모두 키가 수십 m에 달하는 거대 동물이 등장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거대 동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전공학이 더 발전한다면 인위적으로 동물의 체구를 현재보다 훨씬 키우는 방법은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픽처스 제공
‘괴수영화’의 양대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두 편이 동시에 개봉했다. 미국 괴수영화 킹콩 시리즈의 최신작 ‘콩: 스컬 아일랜드’와 일본 괴수영화의 아이콘 ‘고질라’의 리메이크작 ‘신 고질라’가 서로 맞불이라도 놓듯 8일 국내 극장가에 동시에 간판을 걸었다.

킹콩과 고질라는 현실에 없는 상상의 동물이다. 킹콩은 가상의 고립된 섬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으며, 고질라는 핵실험에 따른 유전자 변이로 생겨났다는 그럴듯한 설정을 갖고 있다. 이런 동물이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은 과연 있을까.

○ 유전공학 동원하면 ‘킹콩’ 만들 수 있을까

생명과학 전문가들은 자연 상태에서 킹콩 같은 초대형 육상 동물이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영화 속 킹콩의 키는 보통 15m 내외. 8일 개봉한 최신작에선 두 배 이상인 30m로 커졌다. 이 정도 키를 가진 동물은 지구 역사를 통틀어도 드물다. 공룡 중 가장 흉포한 놈으로 꼽히는 티라노사우루스는 키가 15m 정도로 킹콩과 비슷하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파충류인 데다, 먹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 큰 몸집으로 진화하는 게 가능했다.

반면 영화 속 킹콩은 포유류다. 빌딩을 기어오르고 주먹을 휘둘러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등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준다. 포유류는 파충류에 비해 민첩한 몸동작이 가능하지만 항상 심장 박동과 체온을 유지해야 하므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 체구가 커진 만큼 근육의 힘을 키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육상 포유류 중 가장 체구가 큰 코끼리도 민첩성이 크게 떨어진다.

체구가 커진 만큼 심혈관계에 부담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몸속 세포가 살아남도록 산소와 양분을 담은 피를 보내야 하는데, 몸이 커진 만큼 혈압이 더 높아져야 한다. 심장의 부담이 커지고,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혈압을 견뎌야 한다.

그렇다면 킹콩 같은 거대 포유류 탄생은 완전히 불가능할까. 유전공학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라면 킹콩과 비슷한 동물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볼 여지는 조금이나마 남아 있다. 우선 여러 개의 심장이 필요하다. 체구가 커지면서 생기는 높은 혈압과 심장의 부담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소화기관의 효율도 높아야 한다. 높은 혈압에 대비하는 특별한 심혈관 구조도 필수다. 키가 5m에 달하는 기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기린은 목 상부에 소동정맥그물(rete mirabile)이라는 복잡한 혈압조절 기관을 갖고 있다.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아래로 내릴 때 머리에 지나치게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아 높은 혈압으로부터 뇌를 지켜준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은 “신체 말단부 크기를 줄여 몸 전체를 비교적 둥근 형태로 다듬어야 한다”며 “근육 효율이나 팔다리 비율도 새롭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모습이나 행동이 영화 속 킹콩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고질라’는 현실에선 불가능

킹콩과 달리 고질라는 기본적인 물리 원칙조차 벗어나기 때문에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질라는 깊은 바닷속에서 방사선 오염에 의해 생겨났다. 육상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것으로 보아 어류나 양서류가 아닌 파충류의 한 종류로 생각된다. 영화마다 다르지만 보통 키가 50m를 넘으며 이번 개봉작에선 키 118.5m, 체중 9만2000t으로 등장한다.

가장 큰 파충류로는 약 1억 년 전에서 66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 이전에 살았던 키 30m 이상의 용각류 공룡이 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기린처럼 목만 긴 경우다. 허 연구원은 “동물이 이 이상 몸집이 커지면 어떤 종류든 뼈와 근육이 자기 체중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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