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세 여성의 차별 넘어선 분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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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온갖 차별과 편견 앞에서도 당당하고 품격 있는 자세를 잃지 않는 세 흑인 여성.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온갖 차별과 편견 앞에서도 당당하고 품격 있는 자세를 잃지 않는 세 흑인 여성.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갖춘 캐서린 존슨,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던 도러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나사 엔지니어 메리 잭슨….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이 극에 달한 1960년대, 나사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 뒤엔 세 흑인 여성이 있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세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들은 백인 연구자들과 같은, 혹은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음에도 백인들과 철저하게 분리된 채 일한다.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나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써야 했고, 흑인이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이게 불과 50여 년 전 미국의 모습이다.

암울했던 시대가 배경이지만 영화는 오히려 발랄해서 매력적이다. 캐서린 존슨(타라지 헨슨)이 서류뭉치를 든 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800m 떨어진 화장실로 달려가는 장면에선 경쾌한 음악 ‘Runnin’이 흘러나온다. 시대가 그들을 억누를수록 경쾌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가사의 OST가 배경으로 깔린다. 세 여성의 고군분투에 슬프다가도 웃음이 터지고, 그러다가 또 뭉클해진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제작진은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다.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과 나사의 수석 역사학자 빌 배리 박사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종이와 연필만으로 방정식을 계산해 우주비행사 존 글렌의 귀환을 돕는 장면이나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캐서린 존슨의 실제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23일 개봉.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히든 피겨스#타라지 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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