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원작의 감동 살린 명품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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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극단 피악 제공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극단 피악 제공
7시간.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1, 2부(각 3시간 30분)를 합친 공연 시간이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정동환 김태훈 지현준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합격점이다. 각색도 함께한 나진환 연출가(극단 피악 대표)는 친부 살해를 소재로 인간의 탐욕과 죄의식 등을 다각도로 비추며 인간 존재와 신의 의미를 깊이 고찰한 원작의 핵심을 정연하게 추려내 안정감 있게 연출했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무대를 한껏 달군다.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을 설명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도스토옙스키와 대심문관, 식객 등 1인 다역을 맡은 정동환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1부의 하이라이트인 ‘대심문관’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와 본성, 신의 의도 등에 대한 의문과 주장을 그리스도에게 쏟아낼 때는 집중력 높은 연기로 깊은 내공을 확인시켜 줬다. 2부에서 탐욕과 파괴 본능을 상징하는 식객으로 분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환기시키고 조롱해, 보는 이마저 마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만든다.

김태훈은 방탕하지만 솔직하고 진실함을 지닌 장남 드미트리를 격정적으로 그리며 1, 2부를 꽉 채운다. 이성만을 신뢰하며 마음의 벽을 단단히 치지만 욕망과 죄의식이 터져 나오며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차남 이반 역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연기하는 지현준은 2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스메르쟈코프 역의 이기돈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며 이반에게 죄의식을 교묘히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소름 끼치게 소화했다. 긴 호흡의 대사를 통해 주제를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면 1부를,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무대를 원한다면 2부를 추천한다. 19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6만 원. 02-765-1776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극단 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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