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긴급진단]<하>우리는 WBC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0일 05시 30분


한국 WBC대표팀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2차전 네덜란드와 경기를 가졌다. 0-5 영패를 당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국 WBC대표팀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2차전 네덜란드와 경기를 가졌다. 0-5 영패를 당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국야구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WBC에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2연패를 먼저 당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 충격은 더욱 컸다. 야구는 그리 단순한 스포츠는 아니다. 우승팀도 2경기에서 2연패를 할 수 있고, 꼴찌도 2연승을 할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결과만 놓고 “한국야구는 망했다”고 호들갑을 떨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실패를 두고 아무런 반성 없이 넘어간다면 우리는 발전과 전진을 할 수 없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인시절 류현진-김광현(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SK 와이번스
신인시절 류현진-김광현(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SK 와이번스

#1. 유망주 실종? 외형적 성장 뒷받침할 출구 만들어라

2017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도 아프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서 대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한국야구에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투수가 나타나지 않는 점을 더 걱정한다. 시속 160㎞를 던지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중 시속 150㎞를 던진 투수는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인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유일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 2007년 SK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대표 에이스 후보가 10년 동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고 한국야구의 젖줄인 유소년야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의 신화를 쓰면서 유소년야구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2007년 39개에 불과하던 리틀야구팀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62개 팀으로 늘어났다. 초등학교팀도 97개에 이른다. 한국야구엔 축복과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외형적 성장을 뒷받침할 그릇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학교 팀도 덩달아 증가하긴 했지만 현재 104개팀에 불과하다. 초등학교와 리틀야구팀이 259개라는 점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약 60%는 야구를 그만둬야한다는 계산이다. 운 좋게 중학교에서 야구선수 활동을 이어가더라도 뛸 기회는 거의 없다. 과거엔 중학교 1팀당 선수가 20~3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대부분 40~50명을 보유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그러다보니 1학년이나 2학년이 실전 그라운드를 밟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저학년의 실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리틀야구처럼 중학생들도 공부를 하면서 방과후나 주말에 야구를 즐기도록 클럽팀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선수도 있지만 사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병행하다보면 소질이 있는 선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선수가 고교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하면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도 장차 미국과 같은 모델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중학생들이 클럽활동을 하는 주니어팀도 32개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대전제일고와 안동 영문고가 새롭게 창단하면서 이제 고교팀수는 74개로 확대됐다. 사상 최다다. 그러나 이 역시 중학교 선수를 수용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면 프로 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독립리그나 일본처럼 사회인야구(실업리그) 형태로 묶어내는 출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여파는 장차 유소년야구의 고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KBO는 물론 새롭게 통합돼 출범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그리고 야구계 전체가 이제는 유소년야구 활성화도 좋지만 미래 출구를 만드는 일에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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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는 프로답게! 지도자들도 직무유기에서 벗어나야

한국야구는 100년이 넘었고, 프로야구도 올해로 36년째에 접어든다. 그러나 아직 많은 현장의 지도자들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일선 중학교와 고교 감독들은 여전히 선수를 혹사해 유망주들이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수술을 하게 만든다. WBC처럼 강력한 등판 일정 제한과 투구수 제한 등 협회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특정선수에게만 의존하는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유망주 투수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우기보다는, 일단 공 좀 빠르면 무조건 불펜부터 투입하는 근시안적 선수육성책으로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구단은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FA(프리에이전트)와 외국인투수 시장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 경쟁이 류현진 이후 10년간 특급 선발투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마치 남의 일처럼 비판만 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는 드물다.

선수들도 프로의식을 고양할 필요가 있다. FA 몸값이 수십억 원은 기본이고, 100억원을 호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능력과 시장논리에 따라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대해서는 나무랄 것이 없다. 다만 그에 걸맞은 활약과 팬서비스 정신 등이 과연 따라가고 있는지, 그만한 책임감 속에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수뿐만 아니라 KBO리그 구성원 모두가 왜 프로야구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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