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탄핵 기각이든 인용이든 진솔하게 사과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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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다. 헌법재판소는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한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지 91일 만이다. 이 결정으로 박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거나 전직 대통령으로 물러선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과 정치권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탄핵 반대와 찬성 세력 중 어느 한쪽이 불복한다면 대한민국호(號)가 표류할 우려가 크다.

오늘은 ‘승복의 날’이다. 촛불과 태극기 두 세력은 평화로운 집회로 충분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이들 세력 중 일부가 헌재 선고 시간까지 각기 철야집회까지 벌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정치권, 특히 차기 대권을 꿈꾸는 대선 주자들이 오늘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중요하다. 여야는 탄핵정국 와중에 국민의 자숙과 냉정을 호소하기는커녕 내 편 네 편 가르고 갈등을 확대 재생산했다. 이제 자기편을 향해 승복을 설득함으로써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다. 2004년 헌재는 ‘누구든지 법 아래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내지 법치국가 원리를 구현하는 것’이 탄핵 제도라고 했다. 헌재 심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의 지배 아닌 불복을 부추기는 정치인은 민주주의자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은 ‘자성(自省)의 날’이어야 한다. 작금의 혼란을 부른 1차적 원인 제공자는 박 대통령이다. 1987년 개헌 이후 처음 과반 득표율로 당선된 국가 최고통치자로서 임기 말 탄핵 위기를 자초하고 국민을 분열시킨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어떤 결정에도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지난 3개월 어떤 고민과 성찰을 했는지 진솔하게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오늘은 또 ‘결심의 날’이다. 숱한 좌절과 실패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탄핵 정국’을 위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헌정질서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탄핵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의 한 단계 성숙을 의미한다. 헌재 결정에 찬반이 있겠으나 오늘 국민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나라의 운명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탄핵정국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기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촛불도 태극기도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제 광장의 분노를 내려놓고 차분히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탄핵심판 이후 거대한 혼란과 파멸을 선택할 것인가, 성숙한 법치주의의 신화를 쓸 것인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국민은 모두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2017년 3월 10일, 오늘 이후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박근혜#탄핵#자성의 날#결심의 날#승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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