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차 산업혁명 일자리 낙관한 KDI 믿기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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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이 겪을 일자리 감소 충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을 것이라는 진단이 어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이 분석한 ‘4차 산업혁명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확률이 70% 이상인 직업의 비중은 6%로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자동화가 이미 많이 진행돼 기술이 발전해도 일자리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암울한 전망으로 공포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도입 수라는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의 일자리를 평가했다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을 매개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세상에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논리를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은 아닌가. 향후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는 판에 안이한 진단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순 노동자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소외 계층의 박탈감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회 갈등이 노동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KDI의 제언은 원론적으로 옳아도 공허하게 들린다.

1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한국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맞았지만 이후 규제개혁에서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순위는 139개국 중 25위였으나 지금은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4차 산업혁명 대비가 낙관론에 머문다면 우리 사회는 ‘일자리 쇼크’에 빠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kdi#일자리 쇼크#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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