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가계대출 다시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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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저축銀 대출증가 5083억… 은행권도 2월 2조9000억 늘어
“美금리인상 앞둬 부채관리 절실”

올해 1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5083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10월 한국은행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1월 증가액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자 저축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확연했던 은행권의 대출 감소세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의 가계대출 잔액이 294조1966억 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조9412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약 3조5000억 원)보다 작지만 1월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특히 1월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9조2624억 원으로 전달보다 9775억 원 증가했다. 12월 증가분(4378억 원)의 갑절이 넘는다. 한은 관계자는 “기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영리목적의 가계대출’이 올해부터 포함돼 대출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으로 집계한 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083억 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난해 7월(5924억 원), 2015년 10월(5117억 원)에 이어 월별 기준으로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이 때문에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췄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9000억 원(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으로 1월보다 2조9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약 4조50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감소세가 확연했던 1월 증가액(585억 원)보다는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증가액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2조1000억 원)이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점은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1월 말, 2월 말 각각 1.68%, 1.67%였지만 이달 8일 1.78%로 올랐다.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속속 인상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국내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했다. 금리 상승 국면 속에 일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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