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의 모바일 칼럼] 중국 조선족, 韓中 사드 갈등에 ‘죽을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5분


코멘트
“반한(反韓)감정이 깊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사람 막 줘패는 건 좀 잘못된 건데…. 이거 참. 한식관(한식당) 요즘 다들 안 다녀요. ㅎㅎ 느낌이 어째 중국 들가기만(들어가기만) 하므(하면) 다신 내보지(내보내지) 않을 느낌이 ㅋㅋ 그냥 정치하는 것끼리 붙을 께지(것이지) 괜히 평민까지 피해를 보구(보게 하구) 말이야. 비행기 안 태워주면 못가는 게짐(거지) ㅎㅎ”

조선족들이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글을 올린 분이 직접 당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옆에서 본 걸 옮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람도 없다.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지린(吉林) 성의 옌볜(延邊)자치주에 사는 중국인에게 물어보니 베이징(北京)이나 정저우(鄭州) 등 중국의 대도시와 달리 옌볜에서는 한국산 불매운동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 내 조선족들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 동북3성 중의 맨 아래 쪽에 위치한 랴오닝(遼寧) 성의 성도 선양(瀋陽)까지 한국산 불매운동이 올라왔다. 한중 관계가 점차 더 악화된다면 이는 조선족의 유일한 자치주인 옌볜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 나와 일하는 60여 만 명의 조선족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다.

조선족들은 사드와 관련한 말이 나오면 가능한 말을 삼간다. ‘한국의 배신’이라느니, ‘소국이 대국한테 이럴 수 있나’라든지 불편한 말이 나오면 어느 쪽 편을 들기도 곤란하다. 그저 “아이고, 그건 나라님이 하는 일인데 우리가 뭘 상관할 게 있나요”라며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동북3성에 사는 한 조선족 지인은 “사드에 관해서는 가급적 말을 삼간다”며 “사드 배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시작해 사드 문제의 근본 원인, 대한(對韓) 보복을 하는 게 사리에 맞는지, 해결방안은 뭔지 등 어느 것 하나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게 가장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 중국에서 파는 일에 종사하는 조선족들은 ‘죽을 맛’이다. 걸핏하면 “아니, 지금이 한국산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판에 당신은 왜 한국 제품을 가져다 중국에서 파느냐”라고 항의를 받기 일쑤다. “우린 먹고 살자고 하는 생업인데 이걸 가지고 무슨 정치 얘기를 꺼내느냐”며 피해보려 하지만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베이징(北京)에서 한국산 화장품을 수입해 파는 한 조선족 사장은 “유명 화장품이 아니어서 영향을 덜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꽤 줄었다”며 “한중 관계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안 좋을 것 같은데 큰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중국 정부가 혹시 위에 인용된 글을 쓴 사람을 찾아내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은 결코 없기를 바란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다. 사드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도 양국 정부가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연초부터 줄줄이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드가 모든 분야에서의 한중 관계를 뒤흔들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한중 양국 정부는 물론 양국 국민들도 서로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