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대교수 5명 구속됐는데… 교육부 1명 이제야 중징계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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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지시로 재정지원사업 부당개입”… 감사원, 대학정책실장 중징계 통보
장관 ‘주의’-담당간부는 경징계 요구
이대 특혜 준 의혹 교육부 무풍지대


감사원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지난해 이화여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선정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교육부에 담당 고위 간부를 중징계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8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프라임(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지원 대상에 상명대 본교와 분교가 모두 선정돼야 했지만 A 대학정책실장이 청와대 지시를 받아 본교는 탈락시키고 후순위였던 이화여대를 선정했다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6일 국정 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때 밝힌 내용과 같다.

감사원은 최근 교육부에 이런 내용의 대학정책실장 중징계 처분 요구를 통보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주의, 담당 국장과 과장 등은 경징계 및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번 처분 요구는 감사원이 지난해 6, 7월과 11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을 대상으로 ‘대학 재정지원사업 및 구조개혁 추진실태’를 감사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감사원은 이화여대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상명대 본교와 천안캠퍼스가 모두 프라임 사업 소형 유형 대상으로 선정돼야 했는데도 교육부가 본교와 캠퍼스 중 한 곳만 지원할지 여부를 안건으로 만들어 한국연구재단 사업관리위원회가 지원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고 결론 냈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관련 안건을 만드는 데 청와대의 지시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하지만 특검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의 관여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감사원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재심의를 청구할 방침이다. 상명대 본교와 천안캠퍼스 중 한 곳만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한 건 문과 정원을 줄여 이과를 늘리는 구조조정 사업을 두 캠퍼스에서 하기는 무리라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결과라는 게 교육부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상명대 본교가 탈락하며 남은 예산(50억 원)은 국고에 반납했고, 이화여대도 점수가 상위권이어서 원래부터 지원 대상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사업관리위가 결정할 사안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부는 사업관리위 당연직 위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로부터 이화여대 관련 지시를 받은 건 없고, 통상 해오던 대로 청와대 및 연구재단과 협의했다는 설명도 했다.

감사원이 교육부의 재심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2개월 내 징계 처분 요구가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이번 감사원 처분으로 재정지원사업의 공정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화여대에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명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어도 1조5000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이 윗선의 입맛대로 결정될 수 있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자진 철회한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포함)에 선정됐다. 교육부가 이화여대에 재정지원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국정감사와 국회에서 수차례 “재정지원사업은 선정 과정에 교수 2000명이 참여한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해왔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관련 입시·학사 특혜 의혹으로 최경희 당시 총장 등 이화여대 관련 교수 5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관리 책임자인 교육부는 무풍지대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일부 대선주자가 주장하는 ‘교육부 폐지론’이 더 힘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대#구속#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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