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너무 불확실한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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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9단 ● 구리 9단
3국 5보(55∼70)

백 ○의 날일 자 행마는 백 ◎ 한 점의 축머리도 겸하고 있다. 흑 55의 보강은 필수. 그러자 백 56, 58로 별로 힘 들이지 않고 우변에서 안정했다. 알파고는 이런 쉬운 수들을 잘 찾아낸다.

흑 59가 구리 9단의 기풍을 느끼게 하는 강수. 구리 9단에겐 확실히 사냥 본능이 있다. 그런데 백 60으로 내려뻗을 때 흑 61이 ‘심한’ 강수였다. 구리 9단은 백 전체를 공격하면서 국면의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었지만 너무 불확실한 투자였다.

참고도를 보자. 흑 1로 끊으면 백도 2, 4로 쉽게 살아간다. 하지만 백 2점을 잡은 흑 중앙의 두터움이 상당하고 흑 5로 실리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연한 그림이다. 간명한 국면 운영을 좋아하는 알파고라면 참고도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흑 61, 63으로 백 58 한 점을 잡으며 백 전체를 공격하는 형태여서 흑이 만족스러운 듯하지만, 실은 백 58이 확실히 잡힌 것도 아니고 백 66이 전체 모양의 급소여서 공격도 쉽지 않다. 백 70이 우변 변화의 방점을 찍은 수. 백이 훨훨 날아가는 듯하다. 결국 구리 9단이 손에 확실하게 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우변 변화는 구리 9단의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알파고#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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