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위의 ‘작은 사치’… 명품 그릇세트 잘 팔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집밥-혼밥 열풍에 뜨는 식기류시장

《 자취 4년 차에 접어드는 회사원 강영우 씨(33)는 퇴근 뒤 집에서 차려 먹는 ‘혼밥(혼자 먹는 밥)’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이 취미다. 그날의 메뉴에 어울리는 그릇을 신경 써 고르고, 테이블 매트나 수저도 맞춰서 스타일링하곤 한다. 강 씨는 “간편가정식을 데워 먹는다 하더라도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먹으면 고급스러운 느낌도 나고 식사가 훨씬 더 즐겁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가격의 끝’ 상품으로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메리온’ 그릇을 선정했다. 해외에서 직접 들여와 백화점 정식 매장보다 20∼30% 가격을 낮췄다. 판매 시작 1주일 만에 1차 준비 물량 18만 점이 매진됐고, 2차 물량 10만여 점을 앞당겨 들여와 3주 만에 30만 점 가까이 팔았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테이블웨어 및 주방용품 매장에 브랜드 간 경계를 없애 고객들이 한눈에 여러 브랜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테이블웨어 및 주방용품 매장에 브랜드 간 경계를 없애 고객들이 한눈에 여러 브랜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집에서 밥 먹을 때도 ‘스타일’ 찾기


최근 집밥(집에서 먹는 밥)과 혼밥이 인기를 끌면서 그릇과 커트러리(나이프, 포크 등 식사용 도구) 등 테이블웨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유통업체가 각종 해외 브랜드 제품을 직수입하는가 하면, 매장을 편집숍 형태로 꾸며 고객 몰이에 나서기도 한다. 집에서 밥을 해 먹을 때도 스타일을 찾는 20, 30대 1, 2인 가구가 주요 타깃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식탁용품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었다. 주방 관련 상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포트메리온, ‘덴비’ 등 프리미엄 브랜드 식기류의 지난해 매출은 2015년보다 7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이마트는 포트메리온, 덴비 등 대중화된 브랜드 외에도 독일 ‘빌레로이 앤 보흐’, 미국 ‘레녹스’ 등을 직매입해 선보이고 있다. 주로 백화점이나 직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던 브랜드다. 커트러리로도 분야를 넓혀 직구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포르투갈 브랜드 ‘큐티폴’, 날렵한 디자인의 ‘달퍼’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태곤 이마트 키친 카테고리 팀장은 “과거에는 주요 고객층인 40, 50대 주부를 타깃으로 내구성이 좋고 깔끔한 디자인의 실용적인 식기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했다면 요즘은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그릇 편집숍’ 생기고 1인 가구 전용 제품도

이마트에서 올해 1월 ‘가격의 끝’ 상품으로 선정해 판매한 포트메리온 그릇. 최근 집밥, 혼밥 열풍에 힘입어 그릇과 커트러리 등 테이블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에서 올해 1월 ‘가격의 끝’ 상품으로 선정해 판매한 포트메리온 그릇. 최근 집밥, 혼밥 열풍에 힘입어 그릇과 커트러리 등 테이블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강남점을 리모델링하면서 테이블웨어 매장을 아예 편집숍 형태로 재구성했다. 각 브랜드 간의 매장 구분을 없애 고객들이 매장을 들락날락할 필요 없이 모든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테이블 매트 등 리넨류 매장은 직매입 상품으로 리모델링하기 전(2015년 2월∼2016년 2월) 2.5%였던 주방 및 테이블웨어 매출 신장률이 리모델링 뒤(2016년 2월∼2017년 2월) 12.7%를 기록했다.

아예 1, 2인 가구를 겨냥해 별도 세트를 내놓기도 한다. 한국도자기는 20, 30대 집밥족을 노린 ‘보헤미안 우드랜드’ 1, 2인용 홈세트를 최근 선보였다. 3, 4인용 세트가 기본이던 기존 세트 상품과 달리 공기와 대접, 직사각접시, 머그, 그리고 민트색 포인트 접시 하나씩으로 한 세트를 구성했다.

글로벌 1위 가구 기업인 이케아도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식기 및 주방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케아 전체 제품 9200여 종 중 식기 및 주방용품은 700종에 이른다. 지난해 10, 11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는 예약한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주방 및 다이닝 공간 ‘헤이 집밥’을 운영하기도 했다. 약 7만 명이 방문했고 2000여 명은 실제 공간을 예약해 요리와 모임 장소로 이용했다.

박지연 신세계백화점 테이블웨어 바이어는 “올해 트렌드 중 하나가 집에서 하는 활동에서도 재미와 스타일을 찾는 ‘홈 엔터테인먼트’다. 인테리어나 요리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매장을 확대하고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집밥족#그릇#명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