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 절실한 게임메이커와 덕아웃 리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9일 05시 30분


안방에서 2패 당한 WBC 한국대표팀. 결과보다 아쉬운 점은 이틀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기력감이었다. ‘게임메이커’ 정근우(왼쪽)와 ‘덕아웃 리더’ 이승엽(오른쪽)이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삼성 라이온즈
안방에서 2패 당한 WBC 한국대표팀. 결과보다 아쉬운 점은 이틀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기력감이었다. ‘게임메이커’ 정근우(왼쪽)와 ‘덕아웃 리더’ 이승엽(오른쪽)이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삼성 라이온즈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부푼 꿈을 안고 나섰던 한국대표팀이 안방에서 2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한 수 아래로 얕본 이스라엘과 개막전을 1-2로 내주더니 다음날인 8일 네덜란드를 상대로는 0-5 완패를 당했다. 겉으로 드러난 ‘2패’라는 성적도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한 패인은 대표팀의 ‘무기력함’에 있었다. 중심타자들에게 기대한 화끈한 대포는커녕 준족들의 뛰는 야구마저 실종상태였고, 여기에 투수진의 볼넷 남발까지 겹쳐 경기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뾰족한 수를 써보지도 못한 채 굴욕을 당했다.

● ‘포스트 정근우’와 ‘포스트 이승엽’

이틀 연속 참사를 지켜본 이들은 경기 내내 한 두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게임메이커’ 정근우(35·한화)와 ‘덕아웃 리더’ 이승엽(41·삼성)이었다.

우선 이번 대회 정근우의 공백은 어느 때보다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다. 정근우는 그간 숱한 국제무대에 나서며 게임을 진두지휘했다. 선두타선을 책임지며 밥상을 차리는 일은 기본이었고,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범위를 활용한 허슬 플레이는 대표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자극제였다. 그의 존재감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더욱 빛났다. 타선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앞장서서 야전사령관과 해결사 노릇을 모두 해낸 이가 정근우였다.

한국야구의 상징적 존재인 이승엽의 빈자리도 크다. 2000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한 이승엽. 그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힘을 발휘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이승엽은 덕아웃 안팎에서 후배들을 다독였고, 이는 한국야구가 여러 국제대회에서 올린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한 정근우와 4년 전 WBC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이 없는 이번 대표팀은 이들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한 채 안방에서 고개 숙여야 했다. 2경기 통틀어 겨우 1점을 내는 동안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게임메이커는 보이지 않았고, 시종일관 경직된 분위기를 뒤바꿀 덕아웃 리더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는 향후 한국야구의 무거운 과제로 남게 됐다. 한국은 내년부터 1년 단위로 아시안게임과 프리미어12, 올림픽, WBC를 차례로 치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성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고척돔에서 받은 충격을 치유하고, 다시 국제무대 중심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라도 ‘포스트 정근우’와 ‘포스트 이승엽’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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