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은 ‘박혜진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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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단일리그 이후 최다 3번째 영광
‘슈퍼루키’ 박지수는 신인상

아이는 작았다. “바람이 세니 날아가지 않게 주머니에 돌을 넣고 다녀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밖에서 놀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농구를 좋아하게 됐다. 부산 대신초 4학년 때 같은 학교에 다니던 두 살 위 언니를 꼬드겨 함께 농구를 시작했다. 6학년 때 키가 140cm 정도였던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키가 쑥쑥 자랐다. 실력도 함께 늘었다. 여자프로농구 2016∼2017시즌은 그녀가 당대 최고 선수임을 재확인한 무대였다.

박혜진(27·178cm·우리은행)이 7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기자단 투표 99표 가운데 96표를 휩쓸었다. 2013∼2014시즌, 2014∼2015시즌에 이어 세 번째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가 2007∼2008시즌부터 단일 리그를 시행한 이후 3차례 MVP를 차지한 것은 박혜진이 처음이다. 1년에 두 번 열렸던 겨울·여름 리그를 포함하면 정선민(7회)이 최다이고 박혜진, 정은순, 변연하가 3차례씩 MVP가 됐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3.5득점(7위·국내 2위), 5.1도움(1위), 5.7리바운드(10위·국내 2위)를 기록했다. 득점과 도움 모두 자신의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이날 5관왕을 차지한 박혜진은 총 11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해 2008∼2009시즌 신인상을 받은 박혜진은 한때 농구를 그만둘 뻔했다. 우리은행이 4년 연속 최하위를 했던 2011∼2012시즌 도중이었다. 박혜진은 당시 감독의 폭행 사건 피해자로 알려지면서 크게 마음고생을 했다. 한솥밥을 먹던 친언니 박언주(29·KEB하나은행)가 이 사건 이후 팀을 나가면서 코트를 떠날 생각까지 품었다. 방황하던 박혜진을 잡아준 사람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위성우 감독이었다. 박혜진은 “감독님이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함께 부임한 전주원 코치님과 박성배 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농구에 대한 눈을 다시 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박혜진은 의지와 노력이 정말 대단한 선수다. 데뷔 초기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성실함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박혜진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인상 박지수
신인상 박지수
‘슈퍼 루키’로 불리며 데뷔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박지수(19·KB스타즈)는 99표 가운데 88표를 얻으며 신인상을 받았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10.4득점, 10.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존쿠엘 존스(23·우리은행)는 만장일치(99표)로 외국인선수상을 받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혜진#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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