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할머니 24만명 ‘빈곤의 늪’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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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8일은 여성의 날이다. 여성 안에 많은 취약계층이 존재하지만, 여성인구의 15%를 차지하고 10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취약계층이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여성 노인들이다.

지난달 10일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아파트에서 74세의 현모 할머니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3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살던 할머니는 이불을 덮은 채 숨져 있었다. 경찰은 할머니의 사망 원인을 영양실조로 판단했다.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56만9082명. 혼자 생활하며 스스로 벌어야 하는 홀몸노인은 122만3169명으로 대략 전체 노인 5명 중 1명꼴이다. 이 가운데 남성은 29만8056명인 반면 여성은 92만5113명으로 여성 노인이 남성의 3배가 넘었다. 차이는 고령으로 갈수록 더 벌어져 80대 이상에서는 26만1381명 대 5만1286명으로 5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들 다수가 취약계층에 속한다는 점. 2016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홀몸노인 중 33만7475명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특히 이 중 여성이 24만4986명으로 전체의 72.6%에 이르렀다. 85세 이상 초고령층에선 더욱 늘어 기초생활수급자가 2012년 3만9807명에서 2016년 4만8898명으로 4년 만에 2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빈곤 노인이 많은 이유는 그들 수 자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노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통계청이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남자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106만7000여 명인 데 반해 여성은 69만5000여 명에 불과했다. 여성 노인 인구가 남성의 1.4배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여성 노인의 경제활동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박사는 “이들 대부분 경제활동 경험이 없는 전업주부여서 고령에 이르러 좋은 취업 기회를 찾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더 오래 살다 보니 노쇠한 나이대도 더 많다. 취업 경험이 없으면 연금 등 부수적 수입도 얻을 수 없으므로 이중고다”라고 평했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아이돌보미나 거리환경개선작업(미화원 등)과 같이 여성 친화적인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 노인만을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라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사업이어서 갈수록 늘어가는 여성 노인 수를 생각하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장 박사는 “아주 취약한 계층 중 하나인데 이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이 없어 대표적 ‘복지 사각지대’가 여성 노인”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노인정책에 성(性)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성이 평등한 도시가 되면 여성에게 안전한 도시가 되고, 여성이 안전한 도시가 되면 모두가 안전한 도시가 된다’는 취지의 ‘여성안심특별시 3.0 대책’을 내놓았다. 어린이집 아동과 초등·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기 눈높이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며, 데이트 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료 법률지원을 시범 실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 살 성평등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유네스코 기준에 맞는 서울형 성평등 교육교재를 개발해 어린이집 아동과 초등·중학생 3만여 명의 교육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노지현 기자
#홀몸노인#세계 여성의 날#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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