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리더십·분업배구 조합, 흥국생명 우승 원동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8일 05시 30분


흥국생명이 천신만고 끝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흥국생명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삼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미희 감독(맨 왼쪽)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여성사령탑으로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이 천신만고 끝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흥국생명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삼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미희 감독(맨 왼쪽)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여성사령탑으로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타비 러브의 퀵오픈이 득점으로 연결되자 가수 퀸의 ‘We are the champion’이 울려 퍼졌다. 흥국생명의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원동력은 어머니 리더십과 분업배구의 조합이었다.

흥국생명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21)의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승점 59(20승9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4회 정규리그 우승은 여자부 최다 기록.

흥국생명은 2005~2006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였다. 그러나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고, 2015~2016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현대건설에 2전패로 고배를 마셨다. 최근에는 ‘우승’이란 단어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천명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는 허언이 아니었다. 약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결국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박 감독으로선 여성 감독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고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뜻 깊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어머니 리더십이 ‘원 팀’ 만들었다

박 감독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부임하자마자 체질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패배의식에 빠졌던 선수들의 마음을 열었다. 2014~2015시즌 PS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5할 승률(15승15패)에 도달한 것은 의미가 컸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2015~2016시즌 PS 진출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결과물이었다.

박 감독은 기본적으로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스스로도 “강압적인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질타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선수들을 다독인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선수들에게 간섭하기보다 ‘왜 배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 애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훈련장 벽에 붙어있는 ‘너희들은 아직, 너희들의 최고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문구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한 자리에서 “목표의식이 사라지는 선수들을 보면 가장 화가 난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국생명 이재영.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 이재영.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분업배구로 팀 전력 극대화, 완벽한 성공

흥국생명은 전 포지션에 리그 정상급 선수를 보유한 팀으로 보긴 어렵다.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조합은 이재영~러브의 ‘좌우 쌍포’와 센터 김수지다. 남은 세 자리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특히 한지현과 김혜선이 지키는 리베로 자리를 두고 그랬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지현은 수비(세트당 8.090) 1위에 오르며 확실한 주전 리베로로 거듭났다. “리베로가 약하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박 감독의 말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다.

여기에 이재영은 리시브 1위(세트당 3.880)에 올라있다. 이는 흥국생명 특유의 거미줄 배구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27.5%의 공격점유율을 보이며 리시브점유율도 39.9%에 달했다. 리시브 성공률도 45.97%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성공률까지 떨어지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수비형 레프트인 ‘윙 스파이커’ 자리에선 신연경과 정시영, 이한비가 힘을 합쳐 버텼다. 신인 유서연은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기량을 최대한 끌어낸 것이다. 세터 조송화와 이재영의 갑작스런 부상에도 크게 무너지지 않고 버틴 비결도 여기에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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