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번째 정규리그 우승, ‘실패 인정’에서 시작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8일 05시 30분


2017년 3월 7일은 인천배구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듯하다. 이날 인천 계양체육관을 홈으로 쓰는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흥국생명은 약속이나 한 듯 홈구장에서 나란히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단.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년 3월 7일은 인천배구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듯하다. 이날 인천 계양체육관을 홈으로 쓰는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흥국생명은 약속이나 한 듯 홈구장에서 나란히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단.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NH농협 2016~2017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이 벌어진 7일 인천 계양체육관.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였다. 대한항공 센터 진성태는 흥국생명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된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 바람대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2(25-17 23-25 25-20 20-25 15-13)로 제압하고 승점 72(25승10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10~2011시즌에 이은 통산 2번째 정규리그 우승.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대전 삼성화재의 경기가 열렸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박기원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대전 삼성화재의 경기가 열렸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박기원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실패 인정한 박기원 감독의 빠른 대처

올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공개한 게임플랜 중 하나가 3인 리시브 시스템이었다.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의 ‘어벤저스급’ 레프트 4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리시브 방법도 기존의 언더핸드가 아닌 오버핸드(어깨 높이에서 토스하듯 리시브하는 것)로 바꿨는데, 이는 목적타로 불리는 플로터 서브가 늘어난 데 따른 대비책이자 대한항공의 팀 컬러에 딱 맞는 배구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좀처럼 완성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만들어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이때 박 감독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경기를 내주면서까지 내 색깔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재빨리 노선을 바꿨다.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결국 ‘2.5인 리시브 시스템’으로 올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리시버들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대신 “자체 범실을 줄이면서 풀어가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는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승수쌓기에 탄력을 붙인 계기였다. 리시브에 대한 부담이 컸던 리베로 김동혁과 백광현이 자신감을 찾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어벤저스급 레프트’ 황금분할

올 시즌 대한항공에 주어진 과제 중 하나가 레프트 포화상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 중 누가 선발출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신영수가 복귀한 뒤에는 이에 따른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들의 ‘황금분할’은 막판 성적 상승과 직결됐다. 서로 번갈아 코트에 나서며 체력 부담을 줄였고, 공격형 레프트인 김학민과 신영수도 리시브에 적극 가담할 수 있었다. 특히 김학민의 리시브 점유율 상승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는 “리시브는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실전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의 주인공 미챠 가스파리니는 강력한 서브와 탁월한 이단연결 처리능력을 자랑하며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한몫했다. 이날도 무려 7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백광현.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백광현. 스포츠동아DB

● 리베로 백광현의 고속성장

박 감독의 색깔인 스피드 배구를 팀에 녹이기 위해선 리베로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2015~2016시즌이 끝나고 최부식 현 코치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리베로 자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최부식은 프로 출범 원년(2005시즌)부터 대한항공의 수비라인을 든든히 책임졌던 상징적인 존재. 백광현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리베로는 기본 덕목인 수비는 물론 원활한 공격을 위한 이단연결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특히 세계 배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는 박 감독의 배구에서 리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았다. 백광현이 시즌 초반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이에 따른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탓이었다. 그때마다 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격려로 자신감을 찾았고, 경기를 거듭하면서 주전 리베로의 모양새를 갖췄다. 이날 승리로 우승팀의 주전 리베로라는 값진 타이틀까지 얻었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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