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Trend]달콤한 요거트, 시작은 아기 변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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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급성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요구르트를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학교나 회사의 식당에서도 떠먹는 요구르트(요거트)는 인기 디저트 품목이다. 발효유는 비타민, 홍삼 못지않게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몸에 유익한 균을 활용한 식품 등이 포함된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05억 원에서 2015년 1579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1500억 원의 경제 규모를 만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들이다. 금맥이나 다를 바 없는 이 균들을 식품기업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낼까.

○ 신생아 분변·팔도 김치 찾아 헤매

장(腸)은 신체 면역 물질의 70%를 만들어내는 우리 몸 안의 보고다. 총 1∼1.5kg,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 중 유산균을 비롯해 인체에 유익한 균의 양을 늘리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의 목적이다.

한국야쿠르트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자체 유산균 상업화에 뛰어들었다. 당시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에서 가장 앞서나가던 국가는 발효유와 낫토 시장, 미생물학이 발전해 있던 일본이었다. 1995년 연구소 직원들이 지인들의 신생아 분변에서 찾아내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 한국형 비피더스균, ‘슈퍼100’ 제품이었다.

또 다른 히트작 ‘세븐(7)’ 제품 개발 과정에서 분변 수집은 더욱 지난했다. 연구팀이 기저귀를 얻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들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산후조리원을 직접 다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간호조무사가 친절한 곳은 하루에 20개씩 모아 주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기다려 한두 개 겨우 받는 날도 있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안영태 연구위원(49)은 “모유를 먹는 신생아가 장내에 건강한 유산균을 많이 갖고 있다. 그렇게 찾아낸 7개의 유산균을 넣어서 세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얼려먹는 야쿠르트’엔 김치 특허 유산균이 들어있다. 대형 제조사의 김치에는 유산균 분포가 균일한 편이어서 새로운 유산균을 찾을 수 없었다. 전국 팔도의 가정식 김치와 백김치를 있는 대로 찾아다닌 결과 4년 만에 알맞은 균을 찾아냈다.

○ 살 빠지는 유산균 등 맞춤형 시장 열릴 것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품목 수 비중에서 프로바이오틱스는 비타민·무기질, 홍삼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중도 매년 커져 2015년 22%로 2위인 홍삼(26%)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국내 제약·식품 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일동제약은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브랜드 ‘지큐랩’을 론칭하고 유산균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2015년 BYO브랜드를 론칭한 CJ제일제당은 최근 김치에서 피부 가려움증 개선 유산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안 연구위원은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기존 ‘요구르트’ 시장을 넘어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피부 보습이나 주름 개선, 유아 건강 등 특정 목적에 특화된 고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미권과 유럽권의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미 일본에선 개인별 장내 유산균 분포 등을 검사해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혈당과 체지방지수를 떨어뜨리는 유산균 연구를 마치고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발전에 따라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을 돕는 유산균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로바이오틱스 ::


‘…을 위한’이라는 뜻의 ‘프로(Pro)’와 ‘생명’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바이오틱(biotic)’의 합성어. 유산균과 효모균 등 건강에 이로운 균을 가리킨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프로바이오틱스#요거트#시장#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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