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통근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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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형철도망 통근시간 크게 줄여… 인구 분산-도심 재생에도 큰 역할

박성민·경제부
박성민·경제부
“28분 대 58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OECD 회원국과 한국의 평균 통근 시간이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각각 14분과 18분, 미국은 21분에 불과했다. 한국은 26개국 중 꼴찌였다. OECD 국가가 아닌 중국마저도 통근 시간이 47분으로 한국보다 짧았다.

수도권에서 ‘통근 전쟁’을 치러본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까지 왕복 3시간씩 일주일에 5일 동안 출퇴근한다면 1년에 780시간이 된다. 날짜로 환산하면 32.5일. 1년에 한 달 이상을 꽉 막힌 도로나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서 보내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에 방사순환형 철도망을 구축하려는 것은 이 같은 고민에서였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수도권 인구가 이동하려면 도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핵심은 시속 100km가 넘는 광역급행철도(GTX) 3개 노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미줄 철도망’은 통근 시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권인 ‘메가시티’에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프랑스 파리가 좋은 예다. 인구 약 1200만 명의 파리권을 순환하는 철도망(205km)은 2030년 18호선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이미 운영 중인 광역철도역 주변은 인구가 17.8% 늘었고, 고용률도 6% 올랐다. 파리에서 먼 지역일수록 이 같은 효과가 더 컸다. 광역급행철도가 인구 분산과 도심 재생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정부의 방사순환형 철도망 구상을 들으며 처음엔 의구심도 일었다. 1990년대부터 변죽만 울리고 계획이 미뤄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십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뒤늦게 전차를 추가 도입하기로 한 서울지하철 9호선이나 운영 적자를 견디다 못해 파산 신청을 한 의정부 경전철 사업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덩치만 커진 채 늘어나는 인구와 자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수도권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행히 국토부는 7일 “올해 안에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철도를 통해 경제와 산업을 일으켰다. 영국 런던과 파리 등은 철도를 통해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정부 역시 수도권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 실행에 옮길 때다.

박성민·경제부 min@donga.com
#통근 지옥#순환형철도망#통근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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