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축소… 연기… 제주, ‘투자 기피島’ 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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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관광단지’ ‘신화역사공원’ 등… 사업주체 바뀌고 과도한 기간끌기
세계 투자시장서 배제 가능성 커

단일 규모로는 제주 지역 최대 개발 사업인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지구 현장. 지지부진한 행정 절차로 개발 사업 승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단일 규모로는 제주 지역 최대 개발 사업인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지구 현장. 지지부진한 행정 절차로 개발 사업 승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 사업이 좌초하면 세계 투자시장에서 제주 지역은 상당 기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승인이 돼도 새로운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가 ‘투자 기피의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지지부진한 절차

오라관광단지 사업에 대해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제기한 지하수 관정 양도·양수·이용허가의 위법성, 신규 편입 용지의 사전 입지 검토 절차 누락 등에 대해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달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환경 파괴와 과도한 사업 규모 등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제출을 앞두고 보완 요구를 한 이후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 심의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개발 면적이 357만5753m²로 총사업비가 6조2800억 원이다. 단일 개발사업으로는 제주 지역 최대 규모로 1만 명 직접 고용과 6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광단지를 하나의 스마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와 투자협약을 했고 세계적인 쇼핑타운 건설을 위해 신세계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업 주체인 ㈜제이씨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마이스(MICE) 복합리조트단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컨벤션센터(7000석), 4D·5D 테마파크, 골프장(18홀), 관광호텔(2500실), 휴양콘도미니엄(1815실), 쇼핑몰 등을 조성한다.

오라관광단지는 1997년 관광지구 지정 후 6차례나 사업 주체가 바뀌었다. 2015년 7월 ㈜제이씨씨가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추진됐고, 지난해 9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박영조 제이씨씨 회장은 “투자자에게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모호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신규 투자자는 물론이고 기존 투자자도 발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불안한 투자 환경도 발목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2조 원대 프로젝트인 서귀포시 신화역사공원 사업은 2014년 6월 착공을 위해 국내외 인사에게 초청장까지 돌렸지만 제주도의 요청으로 무기 연기됐다가 2015년 2월 겨우 공사를 시작했다. 행정 절차를 대부분 끝낸 제주시 애월읍 상가관광지 사업은 ‘평화로, 산록도로에서 한라산방면 개발 불가’라는 새로운 개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착공도 못한 채 투자비만 날릴 형편이다. 제주 지역 최고층 빌딩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는 당초 56층(218m) 쌍둥이 빌딩에서 38층(169m)으로 낮아졌다.

이 개발사업들은 2014년 7월 민선 6기 출범 이후 제동이 걸렸다. 투자 자본의 투명성을 고려하고 난개발을 막겠다는 정책이 투자사업의 검증을 강화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시간 끌기 등으로 개발사업이 좌초되거나 축소, 연기되면서 투자 손실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 지역 투자기업 관계자는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말을 믿고 개발용지를 매입했지만 공무원, 시민단체 등의 이런저런 요청을 반영하다 보니 사업이 누더기로 변했다”며 “이미 자본을 투자해서 사업을 포기하기도 어렵고 계속 추진하자니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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