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스타워즈의 아버지가 만든 어드벤처의 명가 '루카스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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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7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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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판당고', '원숭의 섬의 비밀' 그리고 '스타워즈'. 지금이야 클릭 몇 번으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지만 어렵게 구한 컴퓨터로 몰래 게임을 즐겨야만 했던 가혹한 게임 라이프를 겪은 시대를 보낸 게이머라면 이 명작들의 연결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스타워즈의 아버지이자, 인디애나존스 등의 수 많은 명작 영화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가 세운 게임사 '루카스아츠'가 그 주인공.

'그림판당고', '원숭이섬'의 비밀 등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 어드벤처 게임을 비롯해 남자들의 로망이 듬뿍 담긴 스타워즈 시리즈를 선보이며 당당히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사이자 지금은 새로운 악의 제국(?)으로 떠오른 디즈니에 인수되어 추억에 남은 게임사로 기억되고 있다.

루카스아츠 이미지
루카스아츠 이미지


이 루카스아츠의 역사는 루카스필름의 대표 조지 루카스가 1982년 3월 창립한 '루카스필름 게임즈'로부터 시작된다.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던 루카스 필름은 이내 게임 쪽에도 관심을 보였고, 특히 어드벤처 게임에 주목해 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어드벤처 게임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임 '공포의 저택'을 비롯해 HD 리마스터로 돌아온 불후의 명작 '그림판당고'와 어드벤처 게임의 정수로 불리는 '원숭이섬의 비밀' 시리즈 등 유머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을 연이어 히트 시키며 '루카스필름 게임즈'는 세게에서 내로라 하는 게임사로 성장한다.

그림판당고 이미지
그림판당고 이미지


특히, 1988년 출시된 '그림판당고'의 경우 고대 남아메리카의 문명이었던 아즈텍의 사후세계 전설을 토대로, 죽은 영혼들을 상대로 일종의 보험을 제공하는 주인공 '매니'(마누엘 칼라베라)가 겪는 스토리와 함께 탱고, 블루스 등 그야말로 라틴 특유의 색으로 가득한 음악이 어우러지며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인기는 여전히 이어져 2015년 HD 리마스터를 통해 재발매 되었을 당시 게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기록하기도 했다.

1991년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루카스아츠'가 된 이후 스타워즈 판권을 적극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X-wing', '타이 파이터' 등의 작품으로 연달아 성공을 기록한다. 2000년대 들어 사양길에 접어든 어드벤처 장르 보다 RPG, 액션 장르에 주력하기로 한 루카스아츠는 2004년 어드벤처 게임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전세계 게이머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텔테일 워킹데드 이미지
텔테일 워킹데드 이미지


재미있는 것은 루카스아츠의 어드벤처 게임 출시 중단에 불만을 품은 개발 인력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별도의 회사를 세웠는데, 그 회사가 바로 현재 어드벤처 장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텔테인 게임즈'라는 것이다.

'텔테일 게임즈'는 2012년 올해의 어드벤처 게임 상을 수상하며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지도를 지닌 '워킹데드' 통해 잘 짜여진 각본과 몰입도 높은 영상미 그리고 게이머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멀티 엔딩의 묘미를 선보이며 어드벤처 장르의 부활을 이끌었고, 현재도 배트맨, 왕좌의 게임 등의 굵직한 IP와 서양 동화를 재해석한 '울프 어몽 어스' 등을 통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어드벤처 시대의 신호탄을 쐈지만, 어드벤처 장르를 포기한 루카스아츠에서 나온 개발팀이 새로운 어드벤처 장르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스타워즈: 포스 언리쉬드
스타워즈: 포스 언리쉬드


비록 어드벤처 장르는 포기했지만, RPG, 액션 등의 장르에 집중한 루카스아츠는 '스타워즈 구공화국기사단', '제다이나이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등 수작을 출시하며 그들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이후 2011년 구공화국 기사단에서 호흡을 맞춘 바이오웨어와 공동으로 개발한 '스타워즈: 구공화국기사단' 온라인을 선보이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루카스아츠'는 돌연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바로 모회사인 루카스 필름이 새로운 악의 제국(?)으로 떠오른 디즈니에 인수된 것. 모 회사의 인수로 게임사인 '루카스아츠'에 온갖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후 2013년 디즈니는 '루카스아츠'에서 개발 중이던 게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2013년 4월 3일 공식적인 스튜디오 폐쇄를 발표하며 100여 명의 개발자를 모두 해고해 게이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사실상 게임 사업을 종료한 셈이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이미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이미지


현재 '루카스아츠'는 자사가 보유한 게임들의 라이선스는 계속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사의 IP에 대한 개런티 계약을 진행하는 중이며, 이중 수 많은 게임사들이 탐내는 라이선스인 스타워즈의 게임 시리즈의 판권을 또다른 악의 제국(?) EA에 10년간 스타워즈 게임의 독점 개발권을 넘긴 상황이다.

이후 EA는 스타워즈의 IP를 활용해 개발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3'를 PS4와 Xbox One 등 다양한 플랫폼에 출시했지만, 판매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와 부족한 게임성으로 '역시 EA'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의도치 않게 거대 기업의 인수로 이제는 명맥만을 이어가고 있는 루카스아츠. 비록 그 회사는 이제 이름만 남았지만, 그들이 남긴 게임은 현재까지도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게임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진짜 즐길 만한 게임'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루카스아츠' 처럼 독특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가득한 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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