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금융시장도 흔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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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결정후 증시서 5개월 연속 순매도
중국 경제보복 전방위 압박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 강도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이 조만간 한국의 수출입 전반에 걸쳐 더 큰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전문가 간담회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국 경제·통상 현안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기재부가 사드발(發) 경제 보복 이후 이와 관련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급하게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뒤 중국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 중국 자금은 2014년 2조 원 이상 주식을 사들였지만 지난해에는 1조604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 국채를 팔아 채권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국채의 중국 보유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0%로 해외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미중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이 나오는 것처럼 특정 시점에 중국이 한국 국채의 일부를 파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쟁이 격화할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금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광물인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희토류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에 중국에서 수입한 희토류는 1756t으로 전체 수입량(2551t)의 69%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희토류 비축량은 약 100일분(634t)에 불과해 중국이 공급을 끊으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농수산물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국내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압도적인 내수와 경제력을 활용해 보복 조치에 나서는 것은 비단 한국뿐이 아니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을 하자 중국은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내정간섭”이라며 100억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150대 구매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은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노르웨이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하고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 악화에 대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도록 산업과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보복의 강도가 1∼10단계라면 지금은 4단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대중 소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사드보복#중국#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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