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자유무역 외치더니… 中 시장접근성은 126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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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2016 세계무역가능 보고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참석해 자유무역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것에 맞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막을 수 없다”며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측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무역가능 보고서’는 중국 시장의 폐쇄성이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26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자유무역을 역설했지만 정작 중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내외로의 시장 접근성을 종합한 순위에서 126위에 그쳤다. 수출 대상 국가 간 관세 장벽을 개선했는지를 따지는 지표인 ‘국외시장 접근성’에서는 124위에 머물렀다. 관세 장벽과 수입관세 면제 상품 등을 고려해 시장 개방성을 평가하는 ‘국내시장 접근성’은 101위였다.

중국은 대외무역의 원활성을 나타내는 ‘무역가능지수(ETI·Enabling Trade Index)’에서는 종합 평점 7점 만점에 4.5점을 얻어 중간 정도인 6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운송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높은 평균 관세율 등의 문제로 세계에서 가장 닫힌 시장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유럽의회가 5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5년 주요 20개국(G20)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2013∼2014년 EU 주요 무역 상대국 31개국을 대상으로 신규 무역제한 조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1개국이 새로 도입한 170건의 제한 조치 중 중국이 23건으로 13.5%를 차지했다. 미국은 8건(4.7%), 한국은 1건(0.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실질적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인 ‘국경 내 장벽’에서는 중국이 단연 1위였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이 새로 도입한 국경 내 장벽 조치 34건 중 중국이 9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국경 내 장벽의 대표 사례로는 중국이 2014년 도입한 ‘외국 분유 기업에 대한 등록제’를 꼽았다. 중국은 당시 수입 분유에 대해 수입 전 중국어 상표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는데, 이는 외국산 분유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30여 년간 이끌었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중국 업체들이 최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 정부가 외국 업체 억제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중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2009년 3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소요 발생 시 위구르 독립 세력이 상호의사 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중국은 외국 주요 언론 매체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외부 정보의 통제를 위해 ‘만리장성’이라는 강력한 방화벽을 이용해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서방 국가에서는 중국의 인터넷 제한과 페이스북, 트위터 진입 금지 등의 통제가 자국 정보기술(IT) 업체의 성장을 돕는 ‘만리장성’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규칙을 뜻하는 ‘잠규칙(潛規則)’도 중국 시장을 폐쇄적으로 만든다. 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잠규칙으로는 ‘표준’과 ‘인증’이 대표적이다. 중국에는 식품 안전 분야 926개 등 표준만 1만4000여 개에 이른다. 정부 조달 분야에서 자국산 우대정책과 ‘자주혁신 제품’ 우선 구매 등도 외국 업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시진핑#자유무역#중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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