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이동발사대서 10분간 4발 쏴… 사드 무력화 노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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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발사]北, 요격 힘들게 동시발사 시험한 듯


6일 오전 7시 20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 인근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 4대가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한미 군 당국은 정찰위성과 무인기(UAV) 등 감시전력을 총동원해 초를 다투며 TEL의 이동 경로와 배치 형태 등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했다.

○ 신형 IRBM보다는 스커드-ER에 무게


같은 시각 동해에 배치된 세종대왕함(이지스함)과 육상 기지의 장거리레이더(그린파인)도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동창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북한이 지난달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에 이어 이동식 신형 ICBM을 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군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신형 ICBM의 연속 발사가 성공할 경우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루비콘 강’을 건널 것이라는 긴박감이 군을 휘감았다.

10여 분 뒤인 오전 7시 34분경부터 TEL에서 약 10분 동안 4발의 탄도미사일이 순차적으로 발사되자 군 당국의 추적 작전이 시작됐다. 첫 발사 2분 뒤인 오전 7시 36분경 세종대왕함의 탐지 레이더와 그린파인 레이더에 미사일들의 비행 궤도가 최초 포착됐다. 이어 동해와 남해 공해상에서 대기하던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들도 미사일 궤도를 잡아 한국군 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같은 시각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지만 군은 미사일 최종 낙하 때까지 신중을 기했다. 미사일 낙하 뒤 군 당국은 신형 IRBM이거나 개량형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종은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발사 전후 포착된 미사일의 외형이 신형 IRBM과 흡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스커드-ER급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와 비행 궤도, 비행 속도 등 전반적 성능이 신형 IRBM에 조금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스커드-ER일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결론은 좀 더 시간을 들여 관련 정보를 정밀 분석한 뒤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 주일미군 기지와 사드 기지 집중 타격 위협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사거리는 ICBM이나 IRBM보다 짧지만 유사시 핵으로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번 도발은 한반도 전역의 미 증원 전력 출입 통로(항구, 비행장)는 물론이고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유사시 전략무기 등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4발을 같은 지점에 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력화와 더불어 경북 성주골프장 등 특정 표적에 대한 집중 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도발을 한 것은 한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은 매년 두 훈련 기간에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연이어 발사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에도 9차례에 걸쳐 미사일 20여 발을 쏴 올리면서 대남·대미 협박을 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내부를 결속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에 대한 ‘맞불 시위’이거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는 분석도 있다.

○ 태양절이나 대선 기간에 신형 ICBM 도발하나

북한은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수위를 봐 가며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고조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현실화될 경우 KN-08이나 KN-14 등 신형 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시기는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이나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5월경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주성하 기자
#북한#미사일#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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