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제짝’ 찾은 오픈탑 SUV

  • 동아경제
  • 입력 2017년 3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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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SUV와 컨버터블의 조합. 생각만 해도 만감이 교차한다. 많은 사람들의 ‘로망’인 오픈탑 루프와 최근 대세인 SUV가 조화를 이룬다니 설레는 마음이 앞서는 한편 기묘한 조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가격적인 면과 실용적인 부분은 막연한 부담까지 느껴진다. 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SUV와 컨버터블 조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닛산이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를 선보이며 루프가 열리는 SUV 시장 개척을 시도했지만 대중브랜드의 한계는 극명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으며 브랜드 특성과도 동떨어진 인상이 강했다.
닛산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
닛산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
이런 상황에서 이보크 컨버터블이 랜드로버 태생이라는 점은 비로소 ‘제짝’을 찾은 느낌이다. 랜드로버는 SUV 전문 브랜드로 트렌드를 이끌기에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이런 참신한 시도는 칭찬받을 만하며 다른 브랜드들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이 당장의 수익에 영향을 주진 못하겠지만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는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 세련된 외관… 단점까지 용서되는 디자인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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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외관 디자인을 자랑한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균형 잡힌 비율 등 세련된 디자인은 다른 SUV에서 볼 수 없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기존 2도어 쿠페 모델에 소프트톱이 적용된 모델이다.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이 고스란히 유지됐고 여기에 이전보다 날렵해진 루프 라인은 이 차의 단점을 용서할 수 있을 정도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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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톱은 첨단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져 닫혔을 때는 쿠페와 비슷한 디자인을 구현하며 단열과 방음을 위한 기술도 더해졌다. 특히 루프는 시속 48km 이하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주행 중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열리고 닫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18초, 21초가 소요된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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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크기는 일반 쿠페 모델보다 조금씩 작다. 길이와 너비는 각각 4370mm, 1980mm로 쿠페(4371x1985)보다 약간 작으며 높이는 1609mm로 무려 30mm 가까이 낮게 만들어져 보다 날렵한 느낌이다. 트렁크는 소프트톱과 별도의 공간으로 마련돼 편의성을 높였다. 제원 상으로는 251ℓ. 비좁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공간은 꽤 넓었다. 골프백이나 유모차를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크기다.

○ 직관적인 실내 구성… 뒷좌석 공간은 아쉬워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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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기존 이보크 스타일을 따른다. 직관적인 버튼 구성과 원형 기어노브 등 랜드로버 특유의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졌다. 블랙 가죽 소재 마감은 고급스러우며 곳곳에 더해진 금속 장식은 젊고 세련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는 10.2인치 터치스크린과 인컨트롤 터치 프로(InControl Touch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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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은 화면 구성이 ‘애플 아이폰’ 맵처럼 그래픽이 깔끔하지만 길 안내와 목적지 검색 기능은 보완이 필요하다. 루프 개폐 버튼은 컵홀더 옆에 위치했다. 버튼은 원터치 방식이 아니라서 루프를 열거나 닫을 때 모든 동작이 끝날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거나 당기고 있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은 여성 운전자들이 잡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굵기와 질감이 적절하며 적당히 묵직한 핸들 감도는 안정적인 운행을 돕는다. 시트 느낌도 좋다. 소재가 고급스럽고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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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협소하다. 무릎 공간이 좁아 성인 남성이 타기에 불편하다. 헤드룸 공간은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루프가 닫혔을 때는 굵은 C필러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다. 이보크 자체가 뒷좌석이 넓지 않은 모델이지만 컨버터블 버전은 오픈탑 루프로 인해 실내 공간은 더욱 희생됐다. 이 차에 성인 4명이 탑승할 때는 루프를 열어 두기를 권장한다.

○ 아쉬운 디젤 엔진… ‘차별화’가 필요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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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경우 국내 출시 모델은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이보크 기본 모델과 동일한 구성으로 차별화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높은 토크와 효율을 위해 디젤 엔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엔트리급 엔진은 화려한 이보크 컨버터블의 가치를 반감시키는 느낌이다.

실제로 시승차의 디젤 엔진은 진동이 크게 거슬렸다. 차라리 가솔린 엔진이 적용됐더라면 정숙한 주행감각이 장점으로 부각됐을 것 같다. 특히 시승차는 7000km가량 주행한 모델이었는데 시승 내내 들리는 ‘잡소리’가 신경 쓰였다. 물론 여러 매체들의 과격한 주행으로 인해 제대로 차량관리가 안됐을 수 있지만 10000km도 달리지 않은 차에서 발생하는 이런 소음은 섀시 강성이나 품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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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주행감각은 태생을 속이지 않았다. 높은 토크에 의한 가속 성능은 이 차가 2톤이 넘는 모델임을 잊게 만들 정도로 경쾌했다. 변속기 반응도 꽤 민첩했다. 9단까지 쉽게 올라갔고 속도에 따라 단수 조절도 영리하게 해냈다. 다만 무거운 무게 때문인지 고속에서 180마력의 최고출력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대신 육중한 중량 덕택에 고속 주행안정감은 우수했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2.4km(도심 10.8km/ℓ, 고속도로 15.1km/ℓ)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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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더’ 명가의 DNA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 탑재됐고 최신 전자동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을 통해 잔디·자갈·눈길, 진흙, 모래 등 다양한 지형에 맞는 4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이 차가 겉만 번지르르한 SUV가 아님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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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안전사양으로는 전복 위험을 감지해 0.09초 만에 전개되는 알루미늄 바가 탑재됐다. 뒷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위치했으며 루프가 열린 채 차가 뒤집히면 튀어나온 알루미늄 바가 공간을 만들어 탑승자들의 머리와 목을 보호하는 장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의 국내 판매 가격은 시승차인 SE 다이내믹 트림이 8020만 원, HSE 다이내믹 모델은 9040만 원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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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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