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실수로 보는 대한민국 사법당국… ‘미필적 고의’ 인정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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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음주운전자 처벌, 여전히 솜방망이

지난해 5월 경기 양평군의 한 국도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던 외제 승용차와 충돌했다. 역주행 차량의 20대 여성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8%. 피해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60대 남성은 후유증에 시달리다 지난달 숨졌다. 가해자인 20대 여성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일의 처벌을 받았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102명(17.5%) 줄었다. 하지만 한국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음주운전자에게 관대하다. 현재 음주운전 가해자 처벌은 최고 징역 4년 6개월. 음주운전자의 살인은 실수라는 양형 판단 탓이다. 고의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최소 5년 이상 징역)를 넘을 수 없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은 (상대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고속도로 사망자가 2015년보다 32명(13.3%) 증가한 건 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 탓이다. 이 기간 고속도로의 화물차 사고 사망자는 41.2%나 늘었다. 모든 대형 사업용 차량에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설치하고서도 정작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는다. 매달 운행기록을 경찰에 내고, 위법행위 적발 시 운전자는 500유로(약 62만 원), 운수회사는 1만 유로(약 1222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독일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고속도로에서 추락한 관광버스에 탔던 대학생 44명이 목숨을 건진 건 안전띠 덕분이었다.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착용 때보다 12배나 높다. 하지만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해 발의된 뒤 결국 해를 넘겼다.

고령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조치도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9월 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만 65세 이상 택시운전사를 대상으로 인지능력 등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자격유지심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전체 고령 운전자 관리감독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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