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더비가 선사한 ‘원조 전주성’ 향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6일 05시 45분


김진수 K리그 첫 골 전북현대 김진수(가운데)가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김진수는 K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신고했다.사진제공 | 전북현대
김진수 K리그 첫 골 전북현대 김진수(가운데)가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김진수는 K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신고했다.사진제공 | 전북현대
U-20 월드컵 유치로 홈구장 일시 사용정지
낡은 시설·모래판 그라운드…올드 팬엔 추억
전북-전남 선수들, 거친태클 등 최대한 자제


정확히 5426일 만에 이뤄진 ‘홈 커밍데이’였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는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라운드 홈 개막전을 치렀다. 그동안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안방으로 사용해온 전북은 5월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6경기가 전주에서 열림에 따라 당분간 종합경기장을 홈으로 쓰게 됐다. 게다가 전주시가 지난해부터 계속 지적된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갈아엎은 까닭에 도저히 쓸 형편이 아니었다.

종합경기장은 ‘원조 전주성’이다. 1995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전북은 2002년 4월 28일 수원삼성전까지 이곳에서 지금의 ‘명문클럽’을 향한 조용한 날갯짓을 했다. 물론 화려하게 비상하고 각종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곳은 월드컵경기장이지만, 종합경기장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충분히 자극할 만하다.

그러나 감수할 몫이 많았다. 공식 경기가 열린 것이 워낙 오래 전이라 종합경기장 복귀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이곳의 그라운드는 모래판이었다. 전광판은 노후화돼 영상은커녕 시계도 멈춘 상태였다. 화장실도 부족한 데다, 녹물까지 나와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전북은 사무국 차원에서 3억5000만원을 들여 그라운드를 새로 조성했다. 여기에 컨테이너 박스를 여러 채 들여와 간이화장실로 개조하는 한편 임시전광판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2만8000석의 스탠드는 2만여석으로 줄여 입장권을 판매하기로 했다. 좁은 공간을 2만900여명이 채우니 ‘축구 보는 맛’을 더했다는 평가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럼에도 부족함이 있었으니 라커룸이다.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원정팀을 위해 호남고속도로 초입의 사우나 시설과 임시계약을 했다. 전북 선수단도 샤워시설을 이용하려면 완주군의 클럽하우스로 돌아가야 한다. 좋든 싫든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물론 모두에게 낯선 환경이다. 롤링이 아닌 바둑판식으로 심은 종합경기장의 잔디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라운드 중앙 지역은 그럭저럭 메웠는데, 측면으로 갈수록 파인 상태가 심하다. 부상 우려 때문에 측면에서의 거친 플레이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선수들 중에서도 종합경기장에서 뛰어본 이는 거의 없었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전북 베테랑 이동국이 원정팀의 일원으로 ‘원조 전주성’을 밟아본 정도다. 오히려 가장 많은 추억을 이야기한 이는 전남 노상래 감독이었다. 전주가 고향인지라 아마추어 시절부터 꽤 많은 경기를 이곳에서 치렀다. 노 감독은 “(전주종합경기장은) 추억의 공간이다. 학창시절부터 멋진 골도 많이 넣었고, (충돌 등) 불미스러운 일도 자주 벌였다”며 웃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