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보복없다” 여유부린 정부 속수무책에 업계만 분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5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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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방법이 전혀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회사 문을 닫을까 겁이 난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터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관광업계는 속된 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1일 각 성, 직할시의 여유국장과 비공식 모임을 갖고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와 함께 단체와 개별(FIT) 여행상품 판매 금지, 롯데관련 상품 판매금지, 온라인 한국여행 상품 판매 종료 포시,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 등의 7대 지침까지 내렸다. 한 해 806만여명(2016년 기준)이 찾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관광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 “보복조치 없을 것” 여유부린 정부, 고강도 조치에 사실상 속수무책

쓰나미처럼 몰아친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관광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기까지 사실상 수수방관했던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개별 업체나 업계가 감당할 상황이 아닌데, 정부가 중국 보복조치에 아무런 대비도 안한 것 같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중국은 지난해 사드 배치가 논의될 때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여행 축소 지침, 전세기 노선 운항 불허 등의 조치를 내리면서 여차하면 관광산업 분야에서 강력하게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신호도 여러 차례 있었다. 실제로 중국은 2000년 한국과의 마늘파동을 비롯해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분쟁,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그리고 최근의 대만과의 분리독립 문제 등 국가간 갈등이 벌어질 때 수입금지, 여행금지 등의 경제조치를 압박수단으로 써왔다.

그런데도 정부의 태도는 너무 느긋했다. 지난해 7월 초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회 답변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나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중 관계가 고도화되어 있어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중국의 경제제재를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여유를 보였다.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장관직무대행인 송수근 1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종합대책반을 구성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동·동남아 등 시장의 다변화, 개별관광객 유치 노력 확대, 업계 피해 대책 검토 등이 거론됐지만 당장 시장과 업계의 불안을 진정시킬 구체적인 안은 없었다.

● 반한·반중 감정 고조, 민간교류 경색 장기화 우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이번 여행금지 조치의 피해도 우려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일련의 사태로 두 나라 국민 사이에 반한, 반중 감정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승 회장은 “정부간 갈등이 있어도 민간교류는 다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상품 불매나 관광객 배척 등 민간의 반한정서가 일고 있고, 국내 역시 ‘중국여행 가기 싫다’며 반중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쌓아온 민간 유대가 오랜 시간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중국 조치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 역시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화준 중국팀장은 “일부에서 예측한 중국관광객 감소 전망은 너무 과장된 면이 있다”며 “지금은 사태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얼마나 갈지 냉정히 파악해야 하는 시기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워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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