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대 신입생 OT에 소주 7800병 준비…‘술잔치’ 비판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5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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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이동 중 버스 사고를 당했던 금오공대가 2박 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8000여병에 가까운 소주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 자치활동이 ‘술잔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교육부와 금오공대 등에 따르면 금오공대 총학생회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사용할 음료수와 주류 구매에 약 12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행사 기획 관련 자료에 기록됐다. 이 금액으로 구입한 주류·음료수 중에는 소주가 약 7800병, 맥주가 약 960병(페트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신입생과 재학생을 합쳐 약 1700명인 것을 감안하면 학생 1명당 소주 4~5병씩 마실 분량을 준비한 셈이다.

학교 측은 이 술을 모두 환불했다고 밝혔지만 교육부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생회관에 쌓여있던 술 상자 일부가 발견됐다.

교육부는 2014년 경주 마우니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오리엔테이션 중이던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숨진 뒤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만들어 신입생 행사를 가급적 학교가 주관해 학교 안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불가피하게 학생회·동아리 주관의 교외 행사를 열 경우 학교가 숙박시설과 교통수단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학생 안전교육도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금오공대 측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싶어 했다”며 “교육부 지침에서 벗어나지 않게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교직원도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금오공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버스 사고가 음주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대학생 자치활동이 여전히 술잔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밖 행사에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음주와 무관하지 않은 성폭력과 신입생 군기잡기 등도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생의 자치 활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인식돼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학교 밖 행사가 특별한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행사에서 폭음하는 문화를 자정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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