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손연재 “악성 댓글 볼 때마다 더 노력…그 분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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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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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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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3·연세대)가 “이제는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아닌 스물네 살 손연재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손연재는 4일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17년,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로 살아온 시간이다. 리듬체조는 그동안 내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퇴 소감을 직접 써온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아쉬움과 후회라는 두 단어가 나에겐 가장 두려운 단어였다”며 “마지막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리듬체조 종목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지겹고 힘든 일상을 견디면서 노력은 어떠한 형태로든 결실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되고 싶다.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보면서 앞을 준비하려 한다. 이번 올림픽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이었다. 리듬체조 선수로서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직접 써온 소감을 마무리하며 살짝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리듬체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손연재는 11세에 출전한 2005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초등부 리듬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5년 뒤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성인 선수들을 누르고 국내 최정상 자리에 섰으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올라 2012 런던올림픽 자력 진출권을 따낸 손연재는 18세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결선 무대에 진출했다. 최종 무대에서 개인종합 5위를 차지했으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4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그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시니어 데뷔 첫 무대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꼽으며 “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동)메달을 거는 순간 시니어로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리우 대회도 뜻깊다. 17년의 기억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하는 시합이었다”고 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대회로는 전관왕의 영예를 안긴 지난해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대회라고 답했다. 그는 “일지나 일기장에 한 번쯤은 애국가를 들으면서 은퇴하고 싶다고 썼는데, 그 큰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6번이나 들을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손연재는 “사실 은퇴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면서 “인천 아시안게임 끝나고 은퇴를 생각했는데,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멋지게 할 수 있는 것 다해보자고 마음먹었다. 2년 동안 천천히 준비했다.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준비하고 경기했다”고 설명했다.

선수활동 내내 따라다닌 비난 여론에 대해선 “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더 잘해서 더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실력으로 더 노력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안 좋은 시선도 있지만, 사랑을 많이 받았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하는 순간순간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손연재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올림픽을 위해 1년간 휴학했는데, 다시 복학해서 선수가 아닌 학생으로서 학업 열심히 하고 싶다”며 “선수는 아니지만, 리듬체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후배들이 저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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